미 흑인 '버스보이콧' 60주년..경제 불평등 현재진행형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12월 1일(현지시간)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흑인과 백인의 좌석을 구분한 버스를 오랜 기간 운영해오던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서 1955년 12월 1일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로사 파크스(1913∼2005년)라는 흑인 여성이 만석인 버스에서 백인 좌석에 앉았다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 사건은 차별받는 현실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 흑인들의 민권 의식에 큰불을 지폈다.
파크스를 지지하며 흑인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차별 좌석을 운영하는 버스를 타지 말자는 운동이 이어졌다. 이른바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이다.
앨라배마 주를 비롯해 공공장소에서 흑백 차별이 자행되던 미국 남부 주로 차별 철폐 목소리가 삽시간에 퍼졌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운동가들은 파크스 사건을 소송으로 끌고 가 미국 전역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연방지법은 1956년 5월, 몽고메리 시의 인종 분리 버스 운용 정책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은 앨라배마 주와 몽고메리 시의 항소에도 그해 11월 지법의 판결을 재확인했다.
버스 탑승 거부 운동을 이끈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단숨에 전국적인 인권운동가로 발돋움했다. 파크스 사건은 1960년대 민권법과 투표권법의 제정으로 흑인 인권 운동이 열매를 맺는데 기폭제 노릇을 했다.
미국 의회는 2005년 사망한 파크스의 유해를 의사당 중앙홀에 이틀간 안치하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미국 미시간 주 헨리 포드 박물관은 파크스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당시 버스를 전시하고 있다.
몽고메리 시는 11월 30일부터 로사 파크스 기념 도서관을 출발해 파크스가 경찰에 체포된 장소까지 민권 운동 현장 곳곳을 도는 버스 투어를 진행한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2월 1일 여러 흑인 인권운동가가 참석하는 60주년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민권 운동의 영향으로 흑인에 대한 공개적인 인종 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흑백 간의 경제적 불평등은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몽고메리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AP 통신이 몽고메리 시의 공영 버스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흑인 이용자가 2007년 현재 전체 이용객의 84%로 1955년 당시(75%)보다 늘었지만, 예산 부족에 따른 불규칙한 운영 등으로 버스가 흑인의 삶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할 만한 여유가 없는 연소득 2만 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다.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로지 앤 리브스는 집에서 9.6㎞ 떨어진 직장에 출근 시간인 오전 7시 50분까지 맞춰 가려고 집에서 4시 45분에 일어나 6시 15분 버스를 타야 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나 이 버스를 놓치면 1시간 반 또는 2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버스를 타야만 하는 이 지역 흑인들의 경제 사정은 60년이 지나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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