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일 집회 참가 전원 검거 대상"

선명수·박용필 기자 입력 2015. 11. 30. 22:51 수정 2015. 12. 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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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2월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는 현장에서 검거하겠다는 방침을 30일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신고한 5일 집회에 대해 “폭력집회가 될 것이 명백하다”며 이미 금지 통고를 내린 경찰은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참가자 전원을 사법처리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권력 우롱’ 발언 이후 경찰이 초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은 것인데, ‘집회 불허→불법시위 규정→강제 해산·진압→체포조를 통한 시위대 검거→시위대 반발→물리적 충돌’을 반복했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집회·시위 문화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독교 목사들 “국가폭력 중단을” 목회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가폭력 중단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목회자 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폭력을 행사하는 복면시위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 시에는 유색 물감을 살포한 후 경찰력을 조기 투입하는 등 현장 검거 위주의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폭력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도로를 점거한 행진이나 연좌 시위에 대해서도 해산 경고 등을 거쳐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폭력행위자는 전원 검거가 원칙”이라며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불법시위 참가자는 채증 후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력시위자 검거를 위해 통상 차벽 뒤에 배치했던 경비경력을 차벽 앞에 배치키로 했다.

앞서 경찰은 신고제인 집회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한다는 논란에도 전농이 신고한 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했다. 경찰은 100여개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이뤄진 ‘백남기 범국민대책위원회’가 12월5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종로를 거쳐 대학로까지 7000명이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데 대해서도 이날 금지 통고를 내렸다. 백남기씨는 11월14일 열린 1차 민중대회 때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종교인들로 구성된 ‘사람 벽’을 세워 평화집회를 주도하겠다고 중재안을 내놨지만 경찰은 “집회 준법 문제는 화쟁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 주최 측은 5일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해 대규모 충돌이 예상된다. 시위 진압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공권력이 무력화됐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차벽 뒤에서 저지 위주의 대응을 하는 방식이 부상자는 훨씬 덜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신고제인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해 단순 참석자들까지 모조리 사법처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미신고 집회에 대한 사법부의 판례에도 전면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은 2011년 “미신고 집회라고 해도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류하경 변호사는 “집회에 단순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처리하는 것은 위법한 공권력 집행”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법적인 근거도 없이 침해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참가자 전원을 범법자로 규정해 검거를 시도하는 것은 자칫 폭력을 유발하고 집회의 자유를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박용필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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