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찬제의冊읽기세상읽기] 책 속에 무엇인들 없겠는가
“책 속에 무엇인들 없겠는가”(書中何所不有)라고 했던 이는 주자였다. 그의 ‘주자어류’(朱子語類) 10권과 11권에는 모두 245조목에 달하는 독서법이 실려 있다. 독서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읽고 수용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다룬 주자의 독서론은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강조한다. 자기를 세우는 공부로서 독서를 중시했다. 책을 읽을 때 언제나 나를 살피고 나를 비추어 보고 나를 겨냥해야 하고 결국 글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동화돼 마치 자신이 말한 것처럼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읽다 보면 단순히 글공부에서 그치지 않고 글공부, 마음공부, 몸공부가 하나가 되는 지행일치의 지평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자는 견지했다. 그러니 글과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지평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뜻과 생각이 무르익도록 읽을 것을 주자는 권장했다. 읽기 행위가 ‘위기지학’에서 멀어진 책 읽기의 주체는 물론 읽기의 대상마저도 사물화하고 소외시키는 경향이 많은 요즘의 풍속에 비추어 볼 때 새삼 생각거리가 많은 대목이다.
‘주자어류’에 따르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대로 읽어야 한다. 가령 도적을 잡을 때 도적질한 장소, 물건, 경위 등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드문드문 읽는다면 피의자를 지목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또 “마치 높고 큰 배가 순풍에 긴 돛을 달고 하루에 천 리를 가듯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작은 항구를 떠나자마자 얕은 곳에 닿아버린다면 무슨 일이 되겠는가!” 정확하고 진실하게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지고 읽을 때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논어’)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
허황한 말(言)이 말(馬)처럼 뛰고, 소통되지 않는 말로 넘쳐나면 우리네 행복의 지평은 아득해진다. 어쩌면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책 읽기에서 문화 읽기, 현실 읽기에 이르기까지 아직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예 읽히지 않거나(未讀), 잘못 읽히는(誤讀) 사례도 흔하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은 물론 창의적인 성취도 쉽지 않다. 그러니까, 진정한 나를 찾고 어려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진실한 읽기는 매우 절실하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며 행복한 읽기를 실천하는 세상의 모든 호모 레겐스(Homo Legens)들에게 진실한 영광이 있기를 빈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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