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뿌려 현장서 검거".. 복면 노리는 경찰

김성환 2015. 11.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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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위주 시위 대응, 13년만에 공세적으로

민주노총 “백골단 부활이냐” 반발

“집회 시위 보호역할 사라지고

물리적 충돌 빈번해질 것” 우려

경찰, 도심 행진도 금지 통고

경찰이 13년 만에 집회ㆍ시위 관리를 방어 위주에서 적극 대응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2002년 처음 차벽(車壁)이 등장한 이후 현상유지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정부의 불법 폭력시위 엄단 방침과 맞물려 현장 검거 등 선제진압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차벽 무차별 훼손과 경찰관 폭행, 폭력을 행사하는 복면시위 등의 불법행위 시 경찰력을 조기에 투입해 현장 검거 위주의 작전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마련한 방안은 ▦차벽으로 폭력시위 원천봉쇄 ▦복면 시위대에 유색물감 살포 후 현장 검거 ▦불법 행진ㆍ도로 점거자 현장 검거 등 크게 3가지다. 두드러진 변화는 현장 검거 비중을 늘리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찰 병력이 차벽 뒤에서 폭력시위가 일어날 경우에만 대응하고 사후 채증을 거쳐 법적 절차를 밟았다면, 앞으로는 차벽 앞에도 경찰관을 배치해 불법 행위자를 현장에서 적발ㆍ검거한다는 구상이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집회 때마다 경찰 차단선이 한 번 뚫려야 성공적 집회로 인식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권력이 유약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국민도 분명 존재한다”며 적극 대응으로 전환한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의 새로운 방침은 당장 5일 개최 예정인 2차 민중총궐기대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4일까지 총 10시간에 걸쳐 현장 검거에 대비한 집중 훈련을 시작한 상태다.

경찰의 시위 관리 기조 변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복면 시위대 근절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폭력시위자는 채증을 통한 사후 검거가 쉽지 않아 현장 적발이 중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논리다. 경찰 관계자는 “14일 1차 집회에서도 594명의 폭력시위 혐의자를 추려냈지만 복면 시위자는 신원 확인이 거의 불가능해 체포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면 시위대가 아니라도 폭력시위 가담자를 사법처리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수사력이 낭비된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과도한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집회 원천 금지도 모자라 전담반까지 가동하면서 독재의 그림자는 더욱 뚜렷해졌다”며 “경찰이 1980년대 사복 시위대 체포조인 ‘백골단’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현장 검거는 결국 어떤 상황을 예단해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인데 이럴 경우 집회ㆍ시위의 보호막이 사라져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만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인권과 안전교육을 부대별로 2시간씩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 시위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현장 검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신고한 5일 서울광장 집회에 이어 백남기범국민대책위원회가 신고한 도심 행진도 폭력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금지를 통고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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