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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의 타인의 시선] '인구 15만-승격팀' 앙제 리그 3위..공은 둥글다

조회수 2015. 12. 1.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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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동네가 작고 시골이라 내세울만한 것도 없다. 지금은 트램이 다니는 것 같은데, 내가 살 때는 트램도 없었다."

아마도 SCO앙제의 유일한 한국인 팬일 가능성이 큰 권현찬 씨는 앙제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현찬 씨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앙제에서 살았다. "내가 있을 때만해도 워낙 못하던 팀이었다. 현재 성적은 생각지도 못했다."

앙주공의 도시로 유명한 앙제는 프랑스 전체를 놀라게 했다. 앙제는 '2015/2016 프랑스 리그앙' 15라운드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 1위 파리생제르맹과의 승점 차이는 16점이지만, 2위 SM캉과의 승점 차이는 단 2점. 최근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올랭피크리옹, 생테티엔, AS모나코를 모두 앞서고 있다.

앙제는 지난 시즌 리그두(2부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며 승격했다. 당시 1위와 2위였던 트루아와 가젤렉아작시오는 현재 20위와 16위다. 앙제의 선전이 더 놀라운 이유다. 앙제는 현재 7승 5무 3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진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강호 올랭피크드마르세유와 OSC릴에 승리를 거뒀다.

인구가 약 15만 명(2012년 기준) 정도의 소도시인 앙제는 승리보다 패배에 가까운 팀이었다. 1919년에 창단한 이후로 리그앙에서 활약한 시즌이 올 시즌을 포함해 5시즌 밖에 되지 않는다. 2부에서도 9시즌 밖에 보내지 않았다. 레몽 코파와 스테브 사비당 정도를 제외하면 이 팀을 거쳐간 스타도 없다. 주변에 이렇다 할 스폰서 기업도 없는 실정. 트럭회사인 스카니아(앙제 주변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가 가장 큰 스폰서다.

한국팬들이 알만한 선수는 거의 없다. 박주영과 AS모나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토마 망가니, 인터밀란에서 뛰었던 안타르 야히아 정도가 알려진 선수다. 전체적으로 봐도 성적을 좌지우지할만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감독은 샤틀레로와 앙제에서만 지휘봉을 잡았던 스테판 물랑이다. 선수 시절도 앙제에서 보냈던 물랑 감독은 '앙제의 마스코트'라고 불리며 사랑 받고 있다.

종합해보면, 앙제는 좋은 조건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앙제는 자신들의 실정에 맞는 축구로 승점을 쌓아가고 있다. 앙제는 15경기에서 단 9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로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중앙수비수인 이스마엘 트라오레와 로맹 토마는 단단한 수비를 보이고 있고, 전체적으로도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수비가 실점을 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강점이 나온다. 바로 세트피스다. 정확한 킥과 큰 신장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15라운드 릴과의 경기에서도 전반에만 2골을 뽑았는데, 첫 골은 세트피스에서 바로 넣었고 두 번째 골은 세트피스에서 이어진 상황에서 넣었다. 신장이 190cm인 미드필더 은도예는 공중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약점도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앙제는 세트피스에서 골을 많이 내준다. 공격 때 빛을 발하던 높이가 수비 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대량 실점을 내줄 때가 있다. 또한 두 명의 중앙수비수가 발이 느리기 때문에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빠른 공격수가 측면으로 드리블을 하면 수비가 전체적으로 무너진다.

앙제의 돌풍은 프랑스 내에서도 큰 이슈다. 어디를 보아도 강점이 없는 팀이 강팀들을 무너뜨릴 데, 중립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앙제가 개막전에서 몽펠리에를 2-0으로 잡을 때만해도 '미풍'에 그칠 거라고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현재 앙제는 적어도 리그를 흔들 '강풍'정도는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축구는 결국 선수놀음이다. 앙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선수를 보유한 팀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앙제는 지금까지의 활약으로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구가 15만 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를 연고로 한 팀이, 그것도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이 마르세유를 꺾고 3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다.

앙제는 공은 둥글고, 축구는 몸값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앙제의 질주는 계속된다. 다음달 1일 벌어지는 파리생제르맹과의 맞대결은 앙제팬들에게는 하나의 축제다.

사진= 앙제 홈페이지, 권현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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