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지만 결국은 열정" [인터뷰]

하경헌·사진 이석우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5. 11. 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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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극중 배경이 되는 스포츠동명의 연예부장 하재관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재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극중 배경이 되는 스포츠동명의 연예부장 하재관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재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극중 배경이 되는 스포츠동명의 연예부장 하재관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재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극중 배경이 되는 스포츠동명의 연예부장 하재관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재영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25일 개봉한 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속 정재영의 배역 하재관 부장은 ‘중간자’다. 굳이 우리나라 전체를 세대로 구분하면 ‘기성세대’로 불릴 만하다. 기성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가 든 세대’다. 위로는 연륜이 있는 노년 세대를 떠받치고, 밑으로는 패기와 젊음이 있는 젊은 세대의 도전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가 속한 곳이 치열한 경쟁이 바탕이 되는 조직이라면 기성세대의 모습은 한 쪽 단면으로 보이기 쉽다. ‘위에는 엉겨붙고, 밑은 구박하는’ 모습이다. 이를 은어로 ‘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극중 하재관은 자신의 위에 있는 동기 국장(오달수)로부터는 끊임없이 존폐 위기에 시달리는 부서를 구해야하고, 아래로는 이제 들어온 ‘햇병아리’ 수습 도라희(박보영)를 비롯한 부서원들을 채근해야 한다. 그가 있는 위치가 하루 아니 분초 단위로 경쟁이 펼쳐지는 치열한 연예뉴스 생산 시장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 하는 행동과 아랫사람에게 하는 행동의 괴상한 ‘괴리’, 그것이 영화 속 정재영을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였다.“요즘 어린 친구들 정말 공부 열심히 해요. 우리 때는 조금만 공부 잘 해도 대기업가고 그랬는데, 보면 너무 딱하죠. 인생이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길인데 공부만 하다 죽을 건가 싶기도 해요. 요즘은 중학교 때부터 대입을 준비하고, 대학교 1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한다면서요? ‘88만원’ ‘3포세대’ 등의 말을 들으면 연기만 하던 저도 걱정이 되죠. 다 기성세대의 잘못인데. 경쟁을 겪은 사람들이 오히려 아랫세대를 경쟁으로 내모네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이해하는 방법은 ‘연예부 기자 영화’라는 키워드 보다는 ‘가치관이 혼란에 빠진 기성세대와 포기를 강요받는 젊은 세대’라는 문장이다. 물론 코미디라는 형식이 있고, 연예부 기자라는 소재가 있지만 영화는 서로 다른 잣대로 밀려드는 책임감 속에서 기성세대가 어떤 가치를 택하는지 보여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중 하재관은 적절히 속물적이면서 정감이 있고, 정의로부터는 비켜섰지만 또 불의를 넘어가지 않는 어중간한 지금의 기성세대를 보여준다.“기성세대의 변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거기도 지켜야겠고, 여기도 지켜야 하고요. 나도 지키고, 밥그릇도 지켜야 하니까 독하게 되는 거죠.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적당히 타협도 하고, 어쩔 때는 도리어 냉정하게 판단하고. 감성보다는 이성을 잣대로 판단을 하며 정이 있어도 자르지만 또 희생도 하죠. 많은 직장인 분들도 이런 상황을 겪지 않으실까 싶어요. 거기에 기자로서 안 좋은 기사를 다뤄야 하는 딜레마도 섞이는 거죠.”

한때 정재영도 패기있는 젊은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영화판에서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2001년 <킬러들의 수다>로 얼굴을 조금씩 알렸다. 그의 존재감이 드러난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2003년작 <실미도>였다. 지금은 영화에서 박보영의 멘토가 된 그는, 당시 선배 안성기를 멘토로 삼았다. 당시 그도 권위적인 선배를 싫어해 다정다감하고 카리스마있는 안성기를 동경했다. 그는 좀 다른 선배가 됐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안성기 선배는 연기자의 태도, 자세, 심성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보이면서 멘토가 됐죠. 그런 자세를 견지하니까 배우 안성기가 된 거죠. 저도 그렇게 해야지 생각하지만 전 실천을 잘 못한다는 게 함정이에요.(웃음) 후배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싶은데, 어쩔 때는 열 받고 그러면서 한계가 오는 거죠. 제 단점은 인정하고, 장점을 살리는 게 저 나름의 방법이에요. 그래도 안성기 선배보다는 제가 더 유머러스해요. 하하.”

청년 정재영은 배우로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갔다. 하지만 중년 만 45세가 된 정재영은 그렇진 않다. ‘내가 봤을 때 너무 아니면 안 한다. 재미없으면 안 한다’는 지론이 생겼다. 그래도 도전은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노동조합원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을 연기하면서 별 관심이 없다던 정치를 체험했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극도의 생활연기로 스스로를 몰고 가면서 가능성도 시험했다. 적당히 세월을 뭉개면서 가긴 하지만 때에 따라선 예리하게 각을 잡는, 그의 모습은 하재관과 닮아있다.“제가 보기엔 나이가 든다는 건 소신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기자 소재, 정치인 소재 영화를 찍으면서 여러 사람의 입장을 보며 이해의 폭을 넓히죠. 사실 진상필 역을 하면서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어요. 사실 말도 안 되는, <원피스> 루피나 <나루토>의 나루토 같은 캐릭터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좋은 소신은 없어지고 안 좋은 소신이 남아서 악한이 되기도 하는데, 환경에 의한 문제인 것 같아요. 현실은 좋은 소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 소신을 지키는 사람들은 역사에 남게 되는 거죠.”

기성세대로서 바라보는 젊은 세대, 기성세대 그리고 기자 소재의 영화. 여러가지 소재를 넘나들던 정재영의 이야기는 결국 영화의 주제인 ‘열정’으로 돌아온다. 이는 광범위한 소재를 다룬 인터뷰로 어떻게 기사를 쓸 지 앞이 막막해지는 기자를 배려한 연예부 부장 출신 배우 정재영의 배려이기도 했다. 영화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하고 냉소하지만 정재영은 “결국은 열정”이라고 강조한다.

“좋아해야, 사랑해야 생기는 게 열정이니까. 없어지면 사랑이 없어지는 거죠. 열정이 없어질 때 회의감이 들겠죠. 하지만 열정이 있을 때를 생각하면서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부도 ‘왜 좋아하는 걸 넘어 결혼했지? 사랑하니까’라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열정, 그게 아니면 뭐든지 아닌 거예요.”

<하경헌·사진 이석우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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