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헐겁게 채우면 손 쉽게 빠져..매뉴얼 '무용지물'

2015. 11. 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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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우려 있으면 뒤에서 채워야 하지만 잘 안 지켜져
경찰 "너무 꽉 채우면 상처 나 인권침해 우려"

도주 우려 있으면 뒤에서 채워야 하지만 잘 안 지켜져

경찰 "너무 꽉 채우면 상처 나 인권침해 우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경찰 조사를 받던 남성이 수갑에서 손을 빼내 도주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2년 말 성폭행범 노모씨가 수갑에서 손을 빼내 도주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경찰은 피의자의 손목 굵기를 반영한 수갑 사용 세부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3년 가까이 지난 현재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서에서 달아났다가 10일 만에 붙잡힌 송모(37)씨는  도주 당일인 18일 오후 3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이 경찰서 본관 건물 1층 진술 녹화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나고 같은 건물 내 유치장에 입감되기 위해 복도를 이동하던 송씨는  "경찰서를 찾은 아내에게 할 말이 있다"고 형사에게 요구했다.

형사 2명은 건물 좌측 출입문 밖에 있는 휴식공간으로 그를  데리고 가 담배 한 개피를 건네주고는 자신들도 함께 담배를 피웠다. 강력팀 사무실에 있는 송씨의 아내도 불러 만나게 해줬다.

앞수갑을 찬 상태에서 담배를 핀 송씨는 "이제 입감 하러 가자"며 팔을 잡는 형사를 갑자기 뿌리쳤고, 경찰서 담벼락 쪽으로 30m가량 뛰기 시작했다.

이후 1.6m 높이의 쇠창살로 된 담을 넘어 달아났다. 형사 2명은 철망에 걸리거나 빗길에 넘어지면서 송씨를 곧바로 쫓지 못했다.

조사결과 송씨는 수갑에서 왼쪽 손을 먼저 빼낸 시점은 도주 직후였다. 당시 수갑이 헐겁게 채워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직후 왼쪽 손을 먼저 수갑에서 빼냈다"며 "수갑을 너무 세게 조이면 상처가 나기 때문에 조금 헐렁하게 채웠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손목이 가늘어 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도주 이후 택시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다음 날까지 나머지 오른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도주 다음날인 19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산 베이비 로션을 이용해 나머지 오른손도 수갑에서 빼냈다. 이후 송씨는 서울에서 대포차를 구입해 부천, 대전 등을 옮겨다니며 9일간 도주 행각을 벌였다.

경찰관들은 보통 피의자 인권 침해를 우려해 손목과 수갑 사이에 손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정도의 틈을 두고 수갑을 채운다. 너무 꽉 조이면 마찰에 의해 손목에 상처가 나 인권침해 시비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경우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로 수갑을 채우면 손을 빼기 어렵다.

그러나 경찰은 2012년 12월 성폭행범이 경찰 조사 중 수갑에서 손을 빼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자 '피의자 도주방지 종합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했다.

이 매뉴얼은 반드시 피의자의 손목 수근골(손목뼈) 위에 수갑을 채우도록 했다. 손목 굵기에 비해 손이 작은 피의자가 수갑에서 손을 쉽게 빼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송씨를 놓친 형사들은 당시 어느 정도의 조임으로 수갑을 채웠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에 비해 외소한 체구인 송씨는  어렵지 않게 수갑에서 손을 빼냈다. 그는 키 174㎝, 몸무게 71㎏이다.

2013년 8월 사기 혐의로 체포돼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수갑에서 손을 빼내 달아났던 20대 피의자도 180㎝의 키에 70㎏으로 마른 편이었다.

이 남성은 검거 후 "당시 수갑이 헐겁게 채워져 있어 3차례 손목을 세게 잡아당기자 수갑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또 매뉴얼은 경찰관이 수시로 피의자의 수갑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도주 가능성이 큰 강력범은 수갑을 뒤로 채우도록 했다. 수갑을 뒤로 채우면 앞으로 채우는 것보다 거동이 불편, 풀기 어렵고 수갑을 찬 채 달아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송씨는 11년 전인 2004년에도 경찰서에서 도주했다가 13일 만에 검거된 도주 우려가 큰 피의자였음에도 경찰은 자체 매뉴얼에 따른 '뒷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송씨가 도주할 당시 경찰관의 수갑 사용 등과 관련해 자체 감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에서도 27일 키 176㎝에 몸무게 75㎏인 절도 피의자(24)가 스타렉스 형사 기동차량에 타고 있다가 수갑을 풀고 도주해 경찰이 쫓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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