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넘쳐나는 '있으나 마나 옵션' 자동주차·음성인식..한번 써봤나요?

명순영 2015. 11. 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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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7년 만에 선보인 뉴 7시리즈는 최강 옵션을 자랑한다.

차량 키에는 업계 최초로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창을 통해 문 개폐 여부와 연료 량, 주행 가능 거리, 차량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제스처 컨트롤 기능도 인상적이다. 손동작을 감지하는 3D 센서 덕에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간단한 손동작으로 통제한다. 오디오 음량을 조절하거나 착신 전화를 수신하고 거부하는 등의 조작을 제스처로 끝낸다.

에쿠스에서 이름을 바꿔 선보이는 제네시스 EQ900 역시 첨단 옵션으로 무장했다. 국내 최초로 차간거리제어(ASCC)와 차선유지(LKAS) 기능을 내비게이션과 연동시켰다. 추돌 가능성이 높으면 변경하려는 차선 반대편 앞뒤 2개의 바퀴를 자동으로 미세 제동해 추돌을 막는다.

옵션 경쟁 시대다. 각 자동차업체들은 최첨단 안전·편의 옵션을 내세운다. 그러나 운전자나 승객이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옵션이 넘쳐난다. 자동차 브랜드 ‘과시용’에 그칠 뿐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자동차조사업체 JD파워가 차량 구입 뒤 90일이 지난 4200명 운전자를 조사했다. 설문자 20%가 자동차에 장착된 IT 기능 33개 중 16개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대표 기술인 ‘컨시어지(차 안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인터넷 쇼핑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는 43%가 전혀 안 썼다.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술인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은 35%가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고 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운전자 앞 유리 위 가상화면으로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는 33%가 써본 적이 없다. 이 밖에 20~30대 응답자의 23%는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가 차량에 필요 없다고 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옵션도 외면받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어떨까.

자동차 전문기자 눈에 비친 불필요한 옵션을 꼽아봤다. 전문기자 5인 선택은 각양각색이다. 복수로 나온 답변은 내비게이션이 유일했다. 유영준 카테크 편집장은 “업데이트가 쉽지 않고 교통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내비게이션은 소용없다”고 했다. 내비게이션 성능이 스마트폰을 따라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다. 한창희 아이오토카 편집장은 “내비게이션에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넣으려 하지 말고 길 안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지형지물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수입 브랜드를 겨냥한 얘기다.

조두현 모터트렌드 기자는 음성인식을 뽑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동차 미래 기술로 음성인식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선 운전에 집중해야 하고, 이를 위해 손이 아닌 음성제어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음성인식 효용은 크게 떨어진다. 실제 음성인식 기능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렵고 기껏해야 ‘FM’ ‘MBN’ 등을 외쳐 방송 채널을 조정하는 수준이다. 일부 수입차는 한국어나 한국인의 영어 발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불필요한 옵션으로 남아 있다. 실제 음성인식 기능의 무용성을 언급하는 소비자는 적지 않다. 조두현 기자는 “음성인식을 써보면 잘 알아듣지 못하고 반응도 느리다”며 “과거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 속 ‘키트(폰티악 파이어버드)’ 정도로 진화하지 않는 한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JD파워 조사에서도 언급됐던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도 ‘있으나 마나 한’ 대표적인 옵션이다. 주차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노약자를 주 타깃으로 고안됐다. 그러나 몇백만원에 달하는 기능이 굳이 필요한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주차를 위한 요구 조건이 많아 실제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불만이다. 우리나라처럼 주차공간이 좁은 곳에서는 더욱 활용도가 떨어진다.

▶CD·DVD 플레이어 불필요

텔레매틱스 평가도 아직 인색

우적감지 와이퍼도 언급됐다. 우적감지 와이퍼는 강우량을 감지해 와이퍼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장치다. 우적감지 와이퍼를 장착한 중형 세단 운전자 김세형 씨는 “강수량이 순간순간 급변하는 게 아니고 빗방울이 시야를 방해하는 걸 느끼는 정도가 운전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자동차팀장은 “비가 거의 오지 않을 때도 와이퍼가 작동해 오히려 운전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MP3가 대세가 된 만큼 음악 관련 옵션을 점차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CD플레이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CD 사용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차에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CD 플레이어를 장착한 신모델이 줄긴 했다. 조두현 기자는 “CD 플레이어 대신 내장 하드디스크 용량을 늘려주면 유용하고 USB 잭을 구석에 처박지 말고 접근이 편하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수신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AM 라디오 채널이 필요한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블루링크 같은 텔레매틱스도 아직까지는 계륵 같은 옵션이다. 텔레매틱스란 통신과 정보과학(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 등의 이동통신 시스템을 조합해 실시간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음성인식 기능처럼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으며 텔레매틱스를 장착한 차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텔레매틱스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시험 삼아 사용해보면 신기하지만 막상 쓸 일이 없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박찬규 라이드매거진 기자의 지적이다.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스페어타이어도 불명예(?) 명단에 들어갔다. 보험사 서비스가 발달해 굳이 차량 무게를 늘려가며 스페어타이어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사라지지 않는 패키지 옵션

아반떼 풀옵션 사느니 쏘나타 선택?

현대차는 ‘슈퍼 노멀’을 화두로 준중형 모델 아반떼를 선보였다. 그런데 풀옵션 가격을 보면 “차라리 쏘나타를 살까?”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신형 아반떼 가격은 1384만~2371만원. 기존 아반떼와 비교해 기솔린 기본형을 동일하고, 나머지 사양은 인상됐다. 디젤 최고급형인 ‘프리미엄’은 220만원이나 오른 2371만원이다. 여기에 선루프(44만원)와 인포테인먼트 패키지(147만원),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39만원), 천연가죽 시트(39만원)를 선택 사양으로 추가하면 최종 가격은 2640만원이다. 내년부터 개별소비세를 원래대로 적용하면 50만원 이상 더 올라 2700만원을 넘어선다. 기본형(1600만원)과 비교해 1000만원 이상 차이 난다. 쏘나타 신형 최저 가격 모델이 22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반떼를 사려다 쏘나타로 돌아선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패키지 옵션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그랜저 HG30 프리미엄 모델에서 안전 옵션 3가지만 추가한다고 가정하자. 추가 옵션은 4면을 모두 볼 수 있는 어라운드뷰모니터(AVM), 오토홀드 기능이 포함된 전자파킹브레이크(EPB),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이다. 이 세 가지 옵션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현대차 판매 옵션에 따르면 3개 옵션은 각기 다른 패키지에 들어 있다. AVM을 사려면 내비게이션과 블루링크 2.0, ACTUN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12스피커)이 포함된 246만원짜리 ‘AVM 패키지 I’을 구매해야 한다. EPB가 포함된 ‘프리미엄 패키지Ⅱ’에는 운전자세 메모리 시스템이나 블랙베젤 HID 헤드램프, 조명 도어스커프 등 굳이 원치 않는 것들이 들어 있다.

EPB를 꼭 하고 싶다면 107만원을 주고 프리미엄 패키지Ⅱ를 구입해야 한다. 그 뒤 BSD가 들어 있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Ⅱ’를 78만원을 주고 따로 사면 필수 옵션 3개를 장착하는데 431만원이 든다.

업체 입장에선 패키지 옵션이 유리하다. 공정이 단순해져 생산비용을 낮추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팔아 이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패키지로 가격이 내려가는 장점이 있으나 원하지 않는 옵션을 구매해야 한다.

업체는 패키지 옵션은 불가피한 방식이라고 항변한다. 트림, 색상이 다른데 옵션까지 맞춤형으로 만들면 차종 모델 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난다. 이 때문에 안전 옵션을 기본형에 넣고 편의 옵션 선택 폭을 넓혀주는 방안이 떠오른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대표는 “해외 사례에 비춰 한국인의 옵션 의존도가 높다”며 “소비자도 꼭 필요한 옵션인지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35호 (2015.12.02~1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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