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천수-박주영-정대세-염기훈이 같은 팀에서 뛴다고?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박주영과 정대세가 최전방에 서고 염기훈과 이천수가 좌우 날개에서 뛰는 팀이 있다면? 여러모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합이다.
언뜻 국가대표팀 구성 같으나 불가능하다. 정대세는 북한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를 뛰었다. 클럽에서도 이제 합쳐질 수 없다. 이천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게다 염기훈과 박주영은 K리그의 대표 라이벌인 수원삼성과 FC서울 소속이다. 누군가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고 적진으로 옮겨야하는데, 그런 선택을 내릴 선수는 없어 보인다.
전자오락이 아니면 힘들다. 요컨대 비현실적인 조합이다. 하지만 2015년 겨울 이들이 같은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축구선수들의 자발적 봉사단체인 '추캥'의 자선경기에서 축구판 '별'들이 총출동한다.
추캥은 '축구로 만드는 행복'의 줄임말인 '축행'을 소리 그대로 적은 단어다. 전현직 축구선수들과 축구 관계자들이 시즌이 끝난 뒤 의기투합, 축구 클리닉과 자선경기를 통해 소외계층을 돕는 등 '축구산타'로 변신하는 모임이다.
조기축구회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모인 성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썼던 소박한 시작이 1999년의 일이다. 어느덧 그들의 선행이 16회를 맞이했다. 매년 지역을 달리해 봉사하고 있는데, 올해는 충남 논산시를 찾는다.
오는 4일 오전 11시부터 충남 논산 건양 대학교 운동장에서 사인회 및 자선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이때 모인 기부금은 논산 지역의 국가 유공자(6.25, 월남전 참전용사 및 미망인)들에게 전해진다.
자선경기는 TEAM Old와 TEAM Young의 대결로 펼쳐진다. '형님들'팀은 국가대표팀의 박건하 코치와 수원삼성의 고종수 코치를 비롯해 이천수, 김진규, 박주영, 염기훈, 백지훈, 정성룡, 오장은, 김영광, 조원희, 정혁, 신형민, 신광훈 등이 함께 한다.
포항 스틸러스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진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TEAM Young은 '대세'로 떠오른 권창훈과 이재성 그리고 2015년 K리그 클래식 득점왕 김신욱을 필두로 홍철, 이상호, 연제민, 김호남, 고광민 등이 동참한다.
여기에 스페셜게스트도 함께 한다. 수원삼성에서 뛰다가 지난여름 J리그로 이적한 정대세가 주인공이다. 정대세의 참가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올 시즌 수원의 마지막 홈 경기였던 지난 29일 전북전 때 갑자기 섭외됐다.
추캥의 구심점인 수원의 오장은은 30일 "J리그 일정이 끝나 한국을 찾은 정대세가 수원의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겠다며 어제 경기장을 찾았다. 그때 (염)기훈이 형이 추캥이 준비하는 행사를 소개했더니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들만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행사에는 전북현대와 국가대표팀 장내 아나운서인 이정표씨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내 아나운서 안영민 씨가 함께해 자선경기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수원삼성의 김광태, 윤청구 트레이너는 의무 담당자로 함께 한다. 십시일반, 자신의 재능을 좋은 일을 위해 쓰고자 힘을 합치고 있다.
추캥 측은 "축구로 받은 사랑을 축구로 돌려드리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행사 초창기에는 진짜 작은 인원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조금씩 규모가 커지고 있다. 좋은 일은 눈덩이처럼 커져도 나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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