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나눔정신, FA 광풍시대에 울린 잔잔한 감동

김진성 2015. 11. 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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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은 마음 씀씀이도 국민타자다.

삼성 이승엽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지난 28일 2년 3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 조건에 삼성과 재계약을 맺었다. 이승엽이 아무리 국민타자라고 해도 한국나이로 이미 마흔이라는 걸 감안하면 절대 작은 조건으로 계약한 게 아니다. 이승엽도, 삼성도 조금씩 배려해서 성사된 계약.

FA 시장에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에는 예년에 비해 상승곡선이 진정될 조짐이지만, 여전히 프로야구는 FA 광풍시대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모든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걸 감안하면 야구선수들은 FA 시장에서 구단들로부터 대체로 후한 대접을 받는다. 더구나 최근 야구계는 일부 선수들의 도덕불감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신의 권리행사도 좋지만, 의무와 나눔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엽이 자아낸 감동

그런 점에서 이승엽의 FA 재계약 소식은 신선했다. 삼성에 2년 더 남기로 한 것보다 자신의 계약금금 일부(3억원)를 사용,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FA 시장에서의 흥정과 계약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최고의 권리 행사다. 최고의 권리 행사의 장에서도 이승엽은 나눔과 의무를 잃지 않았다. 프로야구 최고스타에 걸맞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역대 프로스포츠 FA 계약과 동시에 FA가 자신의 몸값으로 사회기부 혹은 나눔을 실천한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이승엽은 야구 꿈나무 육성을 위해 곧 '이승엽 재단'을 만든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야구후배들을 양성하고, 한국야구의 질적, 양적 성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 국내 야구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본 따 재단을 만든 선수는 박찬호 외에는 거의 없었다. 물론 야구를 기본적으로 잘해야 재단도 만들 수 있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눔을 향한 마인드와 의식이다.

이승엽은 그동안 기부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후 봉사단체 사단법인 '청나래'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홈런 1개당 소정의 금액을 기부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승엽은 올 시즌에도 후배 박석민과 함께 청나래에 기부활동을 했다. (그는 작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 해당 사실이 알려지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기부 활동이 혹여 유별나게 비춰지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굳이 숨기지 말자

이승엽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건 아니다. 프로야구 태동 33년이 지나면서 대부분 선수의 의식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 비활동기간에 뜻이 맞는 선수들끼리 모여 의미 있는 기부 혹은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사례가 많다. 혹여 알려지지 않더라도,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온 선수들이 많다는 게 구단관계자들의 설명.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프로야구에 몸 담은 선수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보답이다.

여전히 대부분 선수는 이승엽처럼 선행을 감추는 경향이 있다. 굳이 티 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꼭꼭 감출 필요도 없다. 프로야구가 한국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야구선수들은 얼마든지 한국 스포츠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권리만큼 의무와 나눔을 실천할 때 그릇된 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선수들의 의식을 바로 잡아줄 수도 있다. 나아가 한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에서 나눔 의식이 우러나온다면, (하기 싫은 선수들에게 강제로 나눔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다)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 그래서 FA 계약을 맺은 이승엽의 이번 선택은 의미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명망과 지위를 쌓은 사람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환기시키고, 한국야구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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