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앞둔 수원FC가 바로 '챌린지 청춘FC'다

김현기 2015. 11. 30.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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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배신영이 28일 대구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수원FC 드라마엔 ‘눈물 젖은 빵’이 있어 더 감동적이다.

K리그 챌린지 수원FC는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PO) 2015’ 단판 승부에서 전반 20분 배신영 선제골과 후반 35분 자파 결승포를 합쳐 노병준이 전반 40분 동점골을 넣은 홈팀 대구를 2-1로 이겼다. 수원FC는 12월 2일과 5일 열리는 승강 PO에서 올시즌 K리그 클래식 11위 부산 아이파크와 홈앤드어웨이 2연전을 벌인다. 부산마저 이기면 내셔널리그 출신 구단으론 최초로 프로 1부에 승격하는 감격을 누린다.

수원FC는 올시즌 목표가 11개 구단 가운데 6위였다. 1부에서 내려온 팀들이 재승격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 수원FC가 설 자리는 비좁은 듯 했다. 지난 3월 21일 개막전에선 안양에 0-3으로 무너지는 일도 겪었다. 그러나 수원FC는 여름부터 화끈한 공격 축구, 주전·후보를 가리기 힘든 고른 선수층을 앞세워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이제 K리그 클래식 진출에 한 계단만 남겨놓게 됐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대구를 이긴 뒤 “사연 많은 선수들의 간절함이 지금의 수원FC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수원FC ‘무명 용사’들엔 청춘FC 못지 않은 스토리가 담겨 있다. 경고누적 시시(스페인) 대신 들어가 대구전 선제골을 넣은 배신영은 울산 산하 현대고를 나왔으나 울산 구단에서 지명을 포기, 수원FC에 입단하면서 인생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9골을 넣어 올해 팀 내 국내파 득점 1위인 임성택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내년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에 입대해 수원FC 승격과 상관 없이 1부에서 뛰는 경우다. 조 감독은 “대학 감독 시절 제자로, 2011년 대구로 보냈으나 거의 못 뛰었다. 이듬 해 수원FC가 내셔널리그 있을 때부터 불러 활용하고 있다. 내년 상주로 가서 K리그 클래식에 데뷔하는데 잘 할 거라 본다”고 칭찬했다. 올해 입단,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프로에 연착륙한 신인 공격수 정기운은 지난 해 12월 ‘슈틸리케호’ 제주 훈련 캠프 때 초청받은 두 명의 대학생 선수 가운데 하나였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훈련에 넣을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막상 그를 불러주는 프로구단은 없었다. 조 감독은 “부상 경력이 있어 다들 안 뽑았나. 정기운을 부르는 곳이 없길래 ‘어?’ 하면서 번외로 뽑았다. 잘 주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잘 해줬다”고 털어놨다.

미드필더 권용현은 2012년 프로에서 불러주질 않아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으로 갔다. 그 해 내셔널리그에서 펼친 플레이를 수원FC 코칭스태프가 기억한 뒤 영입했고, 올시즌 K리그 챌린지 베스트11 후보에 올랐다. ‘챌린지 테크니션’ 김종우는 수원 삼성 산하 매탄고 출신으로 올해 임대된 케이스다. 그는 프로 첫 해 수원FC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내년 수원 삼성으로 복귀한다. 1부 데뷔를 노린다. 수원FC 관계자는 “수비수 황재훈도 짠하다. 고교 졸업 뒤 경남에 곧바로 갔는데 이후 상주→경남→충주를 계속 돌아다닌 끝에 올해 우리 팀에 왔다. 여기서 빛을 보고 있다”며 “어지간한 선수들은 다 아픔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청춘FC가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미생’들의 도전이 이제 마지막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사실 조 감독도 1996년 대학 코치를 시작으로 유소년축구센터와 대학 감독, 실업을 거쳐 프로 2부 사령탑까지 오른 ‘미생’이다. 내년이 그의 지도자 생활 20주년이 된다. 그는 “4부가 1부도 이기는 게 축구다. 두려움 없이 승강PO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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