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막히는 건설업계..집단대출·DTI 강화에, 금리인상 복병까지

박의래 기자 2015. 11. 3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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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연수
2009년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공단에 완공한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대우건설(047040)은 11월에 경기도 안성시 가사동에 759가구짜리 ‘안성 푸르지오’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분양 일정은 12월로 미뤄졌다. 대우건설은 운영자금 및 초기 공사 비용에 필요한 22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고 했다. 170억원은 조달했지만, 50억원이 모자라 분양이 늦춰졌다.

대우건설은 지난 9월 안성시청으로부터 사업승인 인가를 받고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새 두산건설(011160)등 일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금융 시장 내 전체 PF 금리가 올랐다. PF 금리가 오르자 낮은 금리를 원하는 대우건설과 금융사 간 금리 협상이 길어지면서 분양 시기까지 늦어진 것이다.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국내 분양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부실로 전체적인 신용도가 떨어졌고, 금융 당국도 분양 과열을 우려해 아파트 집단 대출의 건전성 검사를 강화하는 등 관리·감독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건설사들에는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해외사업 악재에 건설사 회사채 발행 길 막혀

최근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사정이 갑자기 나빠진 이유는 해외사업 부실이 드러나서다.

지난달 22일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해외 사업 부실을 장부에 한 번에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이 크게 생긴 것이다. 다음날 한국신용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이에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SK건설과 두산건설, 태영건설(009410)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씩 내렸다. 한화건설과 한라(014790)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사들이 4~5년 전에 중동에서 수주한 사업이 저가 부실 수주로 드러났고, 저유가로 해외건설 수주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채권시장에서는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상반기에 회사채를 발행했던 롯데건설은 지난달 만기 도래한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하지 않았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대림산업(000210)도 회사채 발행을 포기했다.

그나마 지난 24일 삼성물산(028260)이 합병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삼성물산 회사채 발행엔 목표액 2000억원을 웃도는 3100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것은 금리가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란 것이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회사채 인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려면 (건설사들이)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대출 감독 강화에 금리 인상 전망까지…분양시장에 찬물

그나마 건설사들의 실적을 지탱해준 주택 사업도 금융 규제에 걸려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의 아파트 집단 대출 점검에 나섰고, 앞으로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의 집단대출도 점검할 예정이다.

집단 대출이란 은행의 개별 심사 없이 건설사가 보증을 서고 아파트 계약자 전원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집단 대출 건전성 검사가 강화되면 은행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집단 대출 이자가 올라가고, 건설사들이 집단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분양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이나 일부 수도권에서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대형 건설사라 하더라도 사업장에 따라 심사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며 “금융당국이 나섰으니, 앞으로 은행권 대출도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나 투자자들의 돈줄도 막힐 것 같다. 이번 정부 들어 기준금리는 1.5%까지 떨어졌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됐다. 집을 사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최고의 금융 환경이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정부는 각종 가계부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책에는 DTI를 지방으로 확대하고, LTV와 DTI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으면 반드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것도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도 오르면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줄어들 것”이라며 “살아나던 주택시장엔 악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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