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잡으려다 주택시장 잡을라"..'진퇴양난' 정부

송학주 기자 2015. 11. 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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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내집마련 비용]<3>금융당국 '가계부채방안' 발표 연기..국토부 장관도 '공급과잉' 인정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늘어나는 내집마련 비용]<3>금융당국 '가계부채방안' 발표 연기…국토부 장관도 '공급과잉' 인정]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일 만에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다. 46조원 이상의 확장적 거시정책,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주택시장 정상화 등 고강도 부양책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로 꺼져가는 한국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장에 '빚내서 집사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줬다.

대출규제 완화 후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과 맞물려 집을 사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늘었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집값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8%로 꽤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년 만인 지난 7월 정부는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계 빚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을 줄이기 위해선 주택담보대출을 조여야 하는데 그러다가 자칫 부동산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난 24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시기를 미뤘다. 국토교통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금융위에 가계부채 대책의 수위조절을 주문하면서 발표시점이 미뤄진 것으로 안다"며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발표한 관리방안의 세부 시행지침으로 전국은행연합회 내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금융당국이 관리방안에서 빠진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부실 가능성을 점검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규제가 부동산 경기를 급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메르스와 가뭄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까지 꺾이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업체 임원은 "올해 주택 공급물량은 규제완화에 따른 수요증가와 이에 따른 시장 수급상의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공급과잉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집단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한 규제가 최근 되살아난 주택경기를 다시 위기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국토부 장관도 ‘공급과잉’ 인정…부동산정책 바뀌나? 부동산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 역시 최근의 주택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나섰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취임 후 첫 주택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정상화 노력과 주택업계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살아났다"며 "다만 일부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주택시장 정상화 정책에도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불어나는 가계부채 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양과 가계부채 리스크 사이에서 정부가 갈등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면 두 가지 목표 중 어떤 것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갚을 능력이 있고 없고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현재 금리가 낮고 갖가지 부동산 지원책 덕분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가계부채 규제와 더불어 가계소득 증대방안과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방안을 조속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학주 기자 hakj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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