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 아들에 고함 대신 對話.. "이게 다 철부지 최민수 덕분"

김미리 기자 2015. 11. 3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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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엄마가 뭐길래' 강주은] 결혼은 내 인생 최대의 충격 남편 최민수와 문화 차 극복하려 싸움후 만화로 상황 그려 준 적도 남편에게 "너" 거침없는 표현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는 뜻"

'극한 직업 최민수 와이프.'

TV조선 예능 프로 '엄마가 뭐길래'에서 '카리스마 엄마'로 인기 끄는 강주은(44)을 만나러 가는 길, 인터넷 댓글을 보고 와락 웃음이 터졌다. 공감 표시만도 555개. 최민수에게 씌워진 사고뭉치 이미지는 이렇게 강했다. 그런데 이 '사고뭉치'에게 천적이 있었으니, 아내였다. '니가 내 착함 다 가져갔잖아' '맛없으면 먹지 마, 너 먹는 거 아까워'…. 거침없이 내뱉는 아내에게 최민수, 꼼짝 못한다. 아줌마들은 "내가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 속이 다 후련하다"며 환호성이다.

'강주은식 교육법'도 눈길을 끈다. 낙제 표시 선명한 아들 성적표 앞에서 고함 대신 대화를 시도한다. 열네 살 사춘기 둘째 아들 유진이는 이내 온순한 양이 된다. 그녀가 남편과 아이를 주무르는 비법이 궁금해졌다. 지난 27일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휴, 그게 다 비정상 '유성이 아빠'(최민수)와 살면서 터득한 지혜들이에요." 커다란 입이 활짝 열렸다. 한숨 내뱉지만 눈은 웃는다. "음, 애들 교육 얘기를 하려면 신혼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결혼은 인생 최대의 '충격'이었거든요."

강주은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인 이민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랐다. 아버지는 화학자, 어머니는 삼성전자 캐나다 지법인장이었다. 생계형 이민이 아니었기에 한인 커뮤니티와 큰 교류가 없었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하면서 우연히 최민수를 만나 결혼했다.

"살던 나라를 바꿨어요. 말은 안 통했고, 문화는 더 달랐지요." 크리스마스였다. 부모님과 식탁에 둘러앉아 따뜻한 얘기 주고받던 추억을 떠올렸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 외로워." "어, '우리 주은이' 외로우면 안 되지." 남편은 얘기를 듣자마자 아는 동생들에게 전화했다. "얘들아, 형수님 외로우시단다. 선물 하나씩 준비해서 명동 나이트클럽으로 집합!" "크리스마스에 나이트클럽이라니요. 정성은 고마웠지만, 그렇게 슬픈 날이 없었어요.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단 생각에." 순간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결혼하고 3년 동안 40년 싸울 부부 싸움을 다 한 것 같단다. "말이 안 통하니 부부 싸움을 하고 나서 만화를 그렸어요. 맞춤법 다 틀린 한국말을 말풍선에 집어넣어 남편 베개에 올려뒀지요. 자다 보면 남편이 울면서 절 깨워요. 정말 미안했다고." 남편을 떠날 수도 있었을 텐데. "유성이 아빠한텐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한 어린 시절 아픔이 있어요.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말하더군요. '주은아, 넌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라고. 믿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편을 '너'라고 부르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한국적 정서엔 안 맞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너'는 영어의 'you'라고 생각해요. 낮춰서 말하는 게 아니고, 당신과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는 "유성이 아빠가 참 순진하고, 나를 정말 사랑한다"며 "아직도 화장실에서 나를 뚫어져라 보며 '너 내 것 맞니?' 묻는다"고 했다.

교육 제1원칙은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 "인생에 계획을 아무리 세워야 필요 없다는 걸 결혼하며 깨달았어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견디려면 스스로 믿는 힘이 있어야지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결과에 책임지도록 교육해요." 아이들에게 말하는 또 다른 원칙은 '남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고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성이 아빠가 괴짜고 이상한 건 저희도 알아요. 그러나 남들이 다 '미친놈'이라고 해도 우리(가족)는 유성이 아빠를 믿어요. 그만의 원칙도 알고요. 남들이 (아빠를) 함부로 평가해서 받는 상처를 우리가 고스란히 돌려줄 수는 없지 않나요?"

그는 "우리 가족의 오늘은 기적"이라고 했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대학 다니는 첫째 유성이가 자기는 결혼 못 할 것 같다는 거예요. 내가 아무리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려 노력해도 안 되는 거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 아빠같이 환상적인 부부는 없을 것 같아서'래요. 저, 성공한 건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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