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총격, 美대선 파장은..몸 낮춘 공화, 벼르는 민주

입력 2015. 11. 3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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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반대 공화주자들 '움찔'..낙태논쟁과 연계 '선긋기' 민주, 낙태옹호 '가족계획연맹' 지지..공화 움직임에 제동
28일 밤 미국 콜로라도주 대학 스프링스 캠퍼스에서 미국가족계획연맹 진료소 총격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Christian Murdock/The Gazette via AP)

낙태 반대 공화주자들 '움찔'…낙태논쟁과 연계 '선긋기'

민주, 낙태옹호 '가족계획연맹' 지지…공화 움직임에 제동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미국 사회를 충격 속으로 밀어 넣은 미국 콜로라도 주 총격사건이 미국 대선 레이스에 파장을 드리울지 주목된다.

총격이 발생한 장소가 정치적으로 민감성을 지닌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진료소이기 때문이다. 가족계획연맹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낙태옹호단체로, 낙태에 찬성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이 단체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반면, 낙태에 반대해온 공화당은 이 단체를 폐지하라고 주장하며 '전선'을 형성해왔다.

다시 말해 가족계획연맹은 그 존재 자체가 미국 대선의 뜨거운 쟁점인 낙태논쟁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대목은 용의자가 자신의 낙태반대 주장을 극대화하려고 이 가족계획연맹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점이다. 체포된 로버트 루이스 디어 2세(57)는 경찰신문에서 "아기 장기는 더이상 안 돼"(no more baby parts)라는 진술을 했다고 미국 NBC 뉴스가 전했다.

그동안 낙태에 반대하며 가족계획연맹을 공격해온 공화당 대선주자들로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명분이 옳아도 무고한 10여 명의 사상자를 야기한 폭력적 수단으로는 이를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 주자들은 이에 따라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낙태문제나 가족계획연맹의 활동과 연결짓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낙태 반대에 가장 크게 목청을 높여온 칼리 피오리나 후보는 29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나와 "이번 사건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이번 사건을 태아의 신체부위를 판매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나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연계하는 것은 전형적 좌파적 전술"이라고 역공을 폈다.

피오리나 후보는 지난 9월16일 2차 대선 TV토론에서 가족계획연맹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이 단체가 "태아를 부위별로 도살해 팔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이 단체의 간부들이 태아 조직샘플을 판매하는 방법과 수익을 논의하는 비밀 대화내용이 담겼다는 동영상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제시했으나, 사실 관계를 과장 또는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날 NBC 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나와 "이번 끔찍한 사건은 미치광이의 짓"이라며 "용의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며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낙태논쟁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테드 크루즈, 젭 부시, 존 케이식 후보도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명했지만, 누구도 가족계획연맹의 활동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ABC 방송의 '디스위크'에 나온 벤 카슨 후보는 낙태논쟁을 둘러싼 '극단주의'를 비판했다. 카슨 후보는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모든 영역에서 극단주의가 많다"며 "이는 나라를 양쪽으로 쪼개 놓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증오감을 키우는 정치적 좌파들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민주당을 겨냥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낙태 논쟁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며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양새는 피하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가족계획연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은근히' 이번 사건을 과격한 낙태반대 운동과 연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족계획연맹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낙태반대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을 일정한 수준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민주당의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지난 27일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가족계획연맹을 지지한다'(#StandwithPP)는 해시태그를 단 트위터를 올려 "우리는 오늘, 그리고 매일 가족계획연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버니 샌더스는 트위터에서 "범행동기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가족계획연맹이 알맹이 없고 사악한 논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미국인 수백만 명의 건강을 돌보는 가족계획연맹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이 단체의 활동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논쟁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성명에서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명하면서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며 강력한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이에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28일 플로리다 주 유세에서 직접적으로 콜로라도 총격사건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파리 테러사건 때 살해된 일부 사람들이 총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총기규제 반대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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