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差 1%대.. 은행원 '무늬만 성과급' 손본다

2015. 11. 3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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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임금체계 개편 나서
[동아일보]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시중은행 일반 행원들의 실질적인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가장 먼저 이르면 다음 달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임금체계가 국내 금융회사들에 도입돼 있기는 하지만 인사 고과와 상관없이 받는 고정급이 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무늬만 성과주의’라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 임원·간부급은 상대적으로 성과주의가 잘 도입돼 있는 반면 일반 행원에 대한 부분은 미흡하다”며 “일반 직원들의 성과주의 확산을 위한 방안을 찾아 국책은행부터 시행하고 이를 시중은행들로 확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평직원들은 ‘무늬만 성과주의’

정부가 은행들의 임금체계를 직급별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연차에 따라 성과급 비중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은행의 일반 직원 평균 연봉(8487만 원)에서 정부 경영평가 및 부서·지점별 평가로 주는 성과상여금의 비중은 17.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기관장(50%)을 비롯해 상임이사, 감사, 부행장 등의 성과급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이는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비중은 10% 남짓에 그쳤다. 이에 비해 지점장, 부행장 등은 20∼30% 수준으로 일반 직원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임원들의 성과급 비중도 50% 안팎이다.

통계상으로는 은행들의 성과급 비중이 10% 안팎이라지만 실제 성과급 비중은 이보다 훨씬 적다.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의 경우 최하위 등급을 받아도 최상위 등급과 큰 차이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무늬만 성과급’인 셈이다.

예를 들어 1∼5등급으로 인사 평가가 나뉘는 A은행의 대리, 계장급의 경우 1등급을 받으면 월 기본급의 110%를 성과급으로 받는데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아도 90%의 성과급을 받기 때문에 거의 차이가 없다. 월 기본급이 200만 원인 대리라면 최고 등급과 최하 등급의 성과급 차이가 1년에 80만 원(연봉의 1∼2%)밖에 나지 않는 셈이다. 반면 지점장, 부서장급은 상여금 산정 비율이 1등급은 기본급의 150%지만 5등급은 50%까지 떨어져 일반 행원에 비해 비교적 격차가 크다.

그나마 성과급제의 대부분이 지점, 부서 단위 평가라는 점도 문제다. 개인별 평가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성과는 낮아도 지점 실적에 묻어가는 ‘무임승차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 기업은행이 성과주의 도입 총대 메기로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르면 다음 달 임금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TF 구성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TF는 직원별 성과를 세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런 정부의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 방안에 대해 금융산업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 임금 개편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행 노조의 저항이 거세다. 기업은행 노조는 “성과 측정이라는 주관된 평가로 노동자들의 월급을 줄이고 나아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중앙노조의 승인 없이 사측과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합의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각 은행지부에 내렸다.

직원들도 개인별 평가지표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같은 영업점이라도 하는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과 재무컨설팅 등 직접 영업에 나서는 직원을 ‘투 트랙’으로 나눠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은 성과급 비중을 줄여 임금상승률을 낮추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원은 성과급 비중을 높여 성과별로 차등을 두는 구조를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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