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괴물 ISD] 한·미FTA 때 "피소 가능성 0%" 큰소리

세종=이성규 기자, 조민영 기자 2015. 11. 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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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부

내년 1월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 최종 심리가 열린다. 이 건을 포함해 우리 정부는 모두 3건의 ISD에 피소된 상태다. 최근에는 정부 내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민연금을 상대로 ISD 신청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번 삐끗하면 수조원의 국민 세금이 날아갈 수 있는 사안들이다. ISD 소송 자체가 투자 대상이 되는 등 ISD를 둘러싼 전 세계적 현실도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ISD 피소 가능성은 0%"라고 호기를 부리던 당시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ISD의 최근 추세와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짚는 '현실화된 괴물 ISD, 뒷걸음질치는 정부' 시리즈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 제도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협정에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필수적이다. ISD가 무서워 FTA를 맺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6년 한·미 FTA 협상 이후 ISD의 당위성 홍보에만 치중했지 ISD에 제소될 경우에 대비한 준비에 소홀했다. 정부는 제3국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활용한 투기자본의 악의적 ISD 제소를 막을 방안과 ISD 전문가 육성에 손을 놓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국회 비준을 앞둔 한·중 FTA의 ISD 조항 퇴보 논란이 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10년간 뭐 했나=정부는 2012년 5월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ISD 제소 의사를 밝힌 직후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정부 TF는 국무총리실, 법무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분기별로 한 번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 외에 대부분은 공문 회람 형식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3건의 ISD 소송도 론스타 건은 법무부, 하노칼 건은 국세청 등 식으로 나눠서 맡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통상 사건을 각 부처가 ‘가욋일’로 맡고 있는 셈이다. TF 한 관계자는 29일 “ISD 건만 붙잡고 있을 수 없다”면서 “각 부처에서 자기 고유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ISD 업무는 TF 회람 공문이 돌면 이를 검토하는 수준밖에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론스타가 한·미 FTA 조항을 활용해 ISD 제소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의 페이퍼컴퍼니 투자보호 조항을 활용하면서 뒤통수를 맞았지만 BIT의 문제 조항에 대한 개정은 현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TF는 제소된 건에 대한 대응을 위한 조직”이라며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는데 BIT 개정이 어떻게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중 FTA ISD 조항 논란=정부의 이런 안이한 대응 속에 한·중 FTA ISD 관련 조항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중 FTA 관련 조항이 2012년부터 적용된 정부의 ‘투자보장 협정 표준’보다 못한 내용이 들어갔다는 비판도 있다. 우선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보호를 배제하는 ‘혜택의 부인’ 조항이 애매하다. 한·중 FTA 협정문은 서비스와 금융 부문의 투자를 별도로 분리해 투자보장 내용을 규정하면서 서비스 투자의 경우에는 ‘혜택의 부인’이 적용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또 한·미 FTA에는 포함돼 있는 ISD 절차와 정보 공개 투명성 조항은 완전히 빠져 있다. 민변 송기호 변호사는 “한·중 FTA는 현재 론스타 ISD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처럼 한·중 간 ISD도 비밀리에 진행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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