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잇따른 한인 피살, 필리핀 '더미'의 함정

최훈 iguffaw@naver.com 2015. 11. 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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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국인 여성이 대낮에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필리인에서 한국인 살해사건이 또 발생…."

"이번에는 60대 교민 사업가입니다."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올 들어 벌써 9명…."

◀ 앵커 ▶

보신 것처럼 올 들어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됐다는 소식 여러 번 전해 드렸죠.

올해에만 벌써 10번째입니다.

주로 은퇴 이민자나 사업가들이었습니다.

왜 이들이 자꾸 범죄의 대상이 되는 걸까요?

최훈 기자가 필리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9월 필리핀 앙헬레스의 한 상가 앞.

한 남자가 2층으로 올라가더니 잠시 뒤 급하게 나와 달아납니다.

60대 호텔사업가 박 모 회장 피살 사건.

[목격자]
"'누가 미스터 박'이냐, 영어로 물었고 회장님이 등 돌리고 계시다가 일어나며 '내가 미스터 박'이라고 하자 바로 총을 쏜 거죠."

총을 쏜 필리핀 사람은 잡혔지만, 청부살해를 시킨 사람은 여전히 모릅니다.

[필리핀 교민]
(범인이 잡혔나요?)
"네. 잡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사주 했는지도 나온 거예요?)
"아직 밝혀내진 못 했습니다."

이 호텔은 원래 100% 박 회장의 소유지만, 문서 상엔 필리핀인 3명과 숨진 박 회장, 그리고 한국인 유 모 씨가 각각 20%씩 지분을 나눠 가진 걸로 돼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선 외국인이 사업체 지분 40% 이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리핀 사람 명의를 빌려 주주 명단을 만든 건데, 이런 가짜 주주를 '더미'라고 합니다.

'더미'는 가짜 주주지만, 문서상으론 실제 주인인 것처럼 돼 있기 때문에 이 '더미'만 포섭하면 회사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주주명단을 확인한 결과 박 회장이 숨진 뒤 박씨가 내세웠던 주주들은 모두 다른 인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현재 문서상으론 박 회장 지분은 불과 20%, 호텔이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간 겁니다.

[양 oo/故 박 회장 지인 ]
"그 '더미'들이 박 씨가 죽고 나서 그쪽 필리핀 (더미들이) 돌아서 가지고. 물론 돈을 많이 받았겠죠. 그쪽(상대편)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한 겁니다."

필리핀 중앙정보수사국 NBI는 누군가 이 주주 명부를 조작해 호텔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올해만 10명.

현지에선 상당수가 더미사장을 악용한 투자금 약탈과 관련이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2억 원을 투자해 한국인 동업자들과 회사를 운영해온 문종구 씨.

문 씨는 한 동업자가 '더미' 사장을 사주해 투자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며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 씨는 횡령문제를 제기한 뒤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문종구/필리핀 사업가]
"필리핀에서 소송을 하다 보니까 위협을 느끼죠. 왜냐면 제 소송 당사자의 '더미'가 OOO 조직원입니다."

필리핀에선 불법 총기가 100만 정이 넘고 극빈자들이 많다 보니 청부살해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경찰청이 우리 경찰 2명을 파견해 코리안데스크를 운영하는 등 교민안전대책을 세우고 있다곤 하지만 더미 사장을 내세워야 하는 현지 투자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인 사업가들의 피해는 줄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최훈입니다.

(최훈 iguff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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