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말로만'..연간 근로시간 되레 늘어

2015. 11. 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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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노동계 이견 팽팽한 상황주 5일제 도입 후 10년 만에 첫 증가정부, 휴일·연장근로 총 12시간 제한대신 특별연장근로 8시간 신설 추진노동계 반대.. "적용 특례업종 없애야"주 52시간 적용땐 일?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노동시간이 늘어난 것은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 정책과 노동현장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정부·재계와 노동계의 이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통한 고용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간 근로시간 2285시간… OECD 국가 중 최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연장근로시간 제한의 고용효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지난해 연간 노동시간은 228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OECD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멕시코, 그리스뿐이다. 우리나라와 노동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연간 노동시간은 1729시간에 불과하며 러시아 1985시간, 미국 1789시간, 이탈리아 1734시간, 스페인 1689시간, 노르웨이 1427시간 등이다.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시내 한 건물의 풍경. 지난해 한국 근로자들이 1년간 일한 총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71시간)과 우리나라를 비교했을 때는 914시간 차이가 난다. 하루 8시간 근로로 계산하면 한국 근로자들이 독일보다 114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OECD 평균 근로시간과 비교해봐도 64일 더 많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번 보고서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OECD에 제출해 발표된 노동시간과는 차이가 난다. 이달 초 발표된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멕시코보다 낮은 2124시간으로 집계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통계청 자료를 인용했느냐, 고용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며 “고용부 자료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노동시간을 축소해 보고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집계를 하더라도 OECD에서 국가별 상황을 고려해 조정을 하다 보면 수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땐 일자리 최대 108만개 창출”

정부는 노동개혁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노동개혁에 총력전을 펼쳐 왔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눌 수 있도록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왔다.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 휴일근로시간을 더해 총 68시간이다. 정부는 68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합쳐 12시간으로 제한하는 대신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일부 노동계와 야당은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시간에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특례업종 등 노동시간 한도적용 제외 대상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팽팽한 가운데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면 최대 108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장근로시간을 제한한 경우 52시간 근무 62만4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48시간 근무의 경우에는 67만7000개, 44시간 근무 73만8000개, 40시간 근무 81만2000개, 30시간 근무 108만2000개의 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정부안은 주 52시간 상한제를 주 68시간 상한제로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정부안대로 할 경우 근로기준법이 100%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2020년까지 최대 17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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