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단식과 과식

2015. 11. 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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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간이 죽음에 맞서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먹기. 다른 하나는 사랑하기. 먹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사랑해서 결실을 맺으면(그 결실이 아기이든 작품이든 성과든) 당사자는 죽어도 죽음은 극복된다. 사랑의 결실이야말로 불멸의 증거인 셈이다. 단식은 가장 순결한 저항이다. 자신 말고는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 저항이기 때문이며, 죽음도 피해가지 않겠다는 간절한 소망이기 때문이다. 46일 동안 단식을 했던 유민 아빠에게서 성자의 모습을 본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먹지 않는 것으로 사랑하는 일을 실천했다. 유가족 앞에서 피자와 통닭을 먹으며 폭식투쟁을 했던 이들의 조롱이 그들 자신에게 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식하는 이는 죽음 너머의 사랑을 보는데, 조롱하는 이들은 고작 식탐 너머에서 증오나 보았을 뿐이다. 과식은 더 먹는 일이 아니다. 적정량을 넘으면 음식은 욕망으로 변한다. 과식하는 이들은 더 먹고 싶다는 바로 그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그 마음은 끝내 권력욕이나 물욕과 구별되지 않게 된다. 동국대 사태가 1년을 끌면서 총학생회 부회장 김건중씨가 11월29일 현재 46일째 단식 중이라고 한다. 저 순결한 저항을 보면서 묻게 된다. 어떤 스승이 총장 자리, 이사장 자리를 젊은 제자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길 수 있냐고. 하긴 제자에게 인분을 먹인 자도 스승 행세를 했다고 한다. 아,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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