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6) 불친절한 택배서비스 이유는? 출혈경쟁·고객갑질에 3D·기피업종 전락

김아름 입력 2015. 11. 29. 17:20 수정 2015. 11. 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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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거부·심야배송 등 서비스 수준 뒷걸음질 '건당 800원' 생계비에 못미치는 처우로 이탈 가속택배車 진입금지·배상 요구 등 고객 갑질 도 넘어 "택배산업 선진화 위한 관련 법 제정" 목소리 높아

배달거부·심야배송 등 서비스 수준 뒷걸음질 '건당 800원' 생계비에 못미치는 처우로 이탈 가속
택배車 진입금지·배상 요구 등 고객 갑질 도 넘어 "택배산업 선진화 위한 관련 법 제정" 목소리 높아

#1. 아이를 겨우 재운 밤 10시 반. 고요한 적막 속에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문을 열어보니 덩그러니 놓여있는 택배. '이렇게 그냥 두고갈 거면 벨이라도 누르지 말지' 속으로 되뇌며 벨소리에 놀라 깬 아이를 다시 재우기 시작한다. 왜 택배는 한밤중에 올까. 택배아저씨 얼굴을 본 지도 오래다. 택배물건을 문앞에 던져놓고 황망히 떠나는 뒷모습만 보기 일쑤다.

#2. 지난 여름, 특정 아파트를 담당하는 택배기사들이 '반송 안내문'을 냈다. 반송 안내문에서 택배기사들은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니다"며 "정당하게 차량 진입해서 배송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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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잡은 택배. 지난해에만 16억2300만 상자의 배달이 이뤄졌다. 국민 1인당 연간 32회 이상 택배를 이용하는 셈이다. 특히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택배산업도 함께 커가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안은 전무한 상황. 이에 따라 택배서비스와 관련한 각종 논란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800원' 때문에…택배기사 처우 '지못미'

택배기사들이 한밤중 배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배달 건수에 따라 받는 수수료 때문이다.

택배 한 건을 배달하면 기사들 손에 쥐게 되는 금액은 고작 800원. 택배 100개를 배달해야 8만원을 번다. 택배기사별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하루 150~200건을 배달한다. 한밤중까지 배달을 해야 하루 일당이 겨우 나오는 구조라서 기사들이 밤낮 없이 배달에 내몰리고 있다. 또 최대한 적은 시간에 많은 양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2.6시간(업계추산)의 중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6시간 정도의 택배 분류작업까지 추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을 기록 중이다. 택배기사들의 월평균 실수입은 150만원 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이에 따라 총 4만5000명 정도의 택배기사 중 10%가량이 해마다 택배기사를 포기하고 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기사 기피현상 때문에 구인난도 심화되고 있다.

■택배차 No, 물건 배상까지 '갑질 고객'에 등쌀

최근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택배 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 택배기사들은 직접 수레에 물건을 싣고 단지 안까지 이동한 뒤 배달해야 한다.

지난 여름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걸어서 배송하라"는 수원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요구에 택배업체들이 '반송 안내문'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주민 입장에서는 차량이 들어오면 사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차량 없는 아파트'는 서울 강남지역 신축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실제 차량이 지상으로 다니지 않는 다수의 강남지역 아파트에서는 이미 현장영업소와 아파트 주민이 협의해서 방안이 마련됐다.

이들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으로 택배차량이 다니거나 특정시간에만 들어오는 방향으로 대안을 내놓고 질서 있게 이뤄지고 있다.

오히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성북구 재건축단지, 경기권이나 지방 신도시 아파트들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주민과 협의를 유도 중이다.

택배 배송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택배기사에게 전가되는 것도 문제다.

한 택배회사를 통해 김치 60포기를 배달받은 소비자가 배송 지연으로 부패됐다며 100만원을 보상금으로 요구한 사연은 유명하다.

급기야 당시 물품을 배송한 택배기사 아내가 김치를 시골에서 직접 담가 소비자에게 전달했지만 "내 손맛이 담기지 않아 먹을 수 없다"며 택배회사에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다.

택배가 분실됐을 경우에도 오롯이 택배기사가 물건값을 물어야 한다.

■택배산업, 법제화 마련돼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산업 선진화를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택배업을 규정하는 별도의 법이나 기존 법 내에 업종 규정 등을 통해 법제화를 해야 한다는 것.

실제 정부에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려 해도 근거 삼을 법규가 없어 지원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여객운송 및 일부 수송분야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운임.요율을 통제하는 반면, 택배의 경우 관련법이 없다 보니 택배운임은 시장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박스당 평균 택배비는 2500원가량으로 일본의 7000원, 미국의 1만원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과당경쟁에 따른 운임 하락은 택배기사 수입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쇼핑몰이 소비자에게 받는 택배 배송료는 일반적으로 2500원. 대형 쇼핑몰은 막대한 물량공세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백마진'이라 부르는 뒷거래를 통해 배송료를 추가로 깎고 있다. 특정 쇼핑몰의 '백마진'이 늘면 자연히 택배기사 수수료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들쑥날쑥 택배운임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면 운송거리, 무게, 종류 등 조건별로 하한선을 정해 받는 최저운임제 등의 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과당경쟁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현재 제조업체 창고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택배물류창고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돼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물류창고에 근무할 수 있게 하면 택배비용을 상당수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인 전자상거래 업체와 홈쇼핑이 입찰을 하면 결정되는 방식이라 단돈 10원 올리는 것도 쉽지가 않다"면서 "택배 단가에 대해 기준을 만들어 무게.크기.거리별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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