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아닌 굴레일까' 대통령 아버지를 둔 아들들

배성민 기자 입력 2015. 11. 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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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서거로 알려진 대통령 아들들..YS.DJ 장남 병마 시달려..김현철씨 "정치 떠날것"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YS서거로 알려진 대통령 아들들…YS.DJ 장남 병마 시달려…김현철씨 "정치 떠날것"]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며칠전 서거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더불어 적어도 정치면에서는 거인의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거인에 비해 왜소한 평범한 보통사람들만이 남겨진 가운데 특별한 범인(凡人)들에 대한 관심도 이어진다. 고난 못지 않게 영광과 성취의 주역이었던 아버지들과 달리 운명의 굴레처럼 부담을 안고 살아온 대통령의 아들들이 그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국회에서 거행됐다. 장남 은철씨와 차남 현철씨 등 유가족이 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2015.11.26/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YS의 장례기간 빈소와 추모예배 등에서 가족을 대표해 상주 역할을 한 것은 장남이 아닌 차남 김현철씨였다. 세간에서는 장남(김은철씨)의 부재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고 이내 그 의문은 국가장 영결식 장례행사에서 풀렸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YS의 국가장(國家葬) 영결식에서 장남 김은철씨는 중절모에 검은색 선글라스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병색이 언뜻언뜻 비쳤고 이동 과정에서 부축을 받기도 한 김은철씨는 영결식 행사에는 어머니와 동생들 사이에 자리했다.

김은철씨는 아버지가 정치적으로 탄압받던 5공 시절에 결혼식을 치른 일화도 회자됐다. 마지못해 결정된 당국의 참석 허용방침 속에 “나는 아버지 이전에 정치인”이라며 참석을 거부한 아버지의 결정으로 혼주 없는 결혼식을 치러야 했다. 이후로는 미국으로 떠나 그늘 속에 살았고 아버지의 집권기에는 술취한 취객의 모습으로 대통령 경호실에 이끌려 귀가하는 등의 구설을 남겼다.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남)김은철 씨는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며 ”(십수년전에도 은철씨는) 기가 많이 눌린 느낌이었고 본인의 처지에 비관적인 면이 많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5/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YS 빈소에는 여러 역대 대통령 아들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이는 YS가 구속시키기도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였다. 노재헌씨는 당초 아버지가 수천억대의 정치비자금과 내란 관련 혐의 등으로 구속되기 전까지는 정치적 탄탄대로 위에 있었다.

재헌씨는 1991년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의 비서관이 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94년 12월에는 박 의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구 동을(공교롭게도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가 돼온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지역구 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구속기소된 후 15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 왔다.

병세가 깊은 아버지(노태우 전 대통령)을 대신해 YS 빈소를 찾은 노재헌씨는 “(아버지가) 가서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뜻을 전했다"라고 짧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부자 국회의원이라는 영광(?)을 누린 DJ의 아들들도 그늘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YS 빈소를 찾은 김홍업 전 의원은 과거 보궐선거(2007년)를 통해 당선돼 뱃지를 달기도 했지만 낙선의 아픔(2008년)과 비리 관련 혐의 등으로 구속(2002년)되기도 한 이력이 있다.

2009년 DJ 서거 당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았던 DJ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이후 이렇다할 행보는 없는 상황이다. 당시 YS의 조문을 받기도 했던 김홍일 전 의원은 70 ~ 80년대 아버지와 함께 했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고문 후유증 등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남인 김홍일 전 국회의원(오른쪽 휠체어 앉은이)이 빈소에서 아버지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아들들을 앞세우지 않고 직접 YS의 빈소를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들도 아버지의 집권기 이후와 최근에는 성공보다는 좌절과 관련된 보도에 더 많이 등장한다. 차남(전재용씨)은 여러차례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출판사업가와 기업인으로 알려져온 장남(전재국씨)과 3남(전재만씨)은 아버지의 비자금 관련 재산환수 등으로 향후 활동에 여러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재임기간이 짧고 신군부 등에 밀려 고초를 겪은 불운의 최규하 전 대통령의 아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외풍에 덜 시달렸다. 아들들은 공기업 임원과 은행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았고 차남인 최종석씨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지낼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한편 국가장을 마친 뒤 YS의 삼우제에는 장남(김은철씨)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가족 예배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장남 김은철 씨는 영결식 때 몸살에 걸려 오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29일 페이스북에 "아버님을 떠나 보내고 그 허탈감과 상실감이 너무 힘들다"며 “앞으로 정치를 떠나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면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금수저 같지만 무거운 굴레를 짊어진, 한 대통령의 아들이 정치적 야망을 접고 다시 보통사람으로 내려오는 짧은 변이었다.

배성민 기자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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