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없는 피겨 그랑프리, 여전한 김연아의 존재감

박영진 입력 2015. 11. 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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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 피겨 그랑프리] 러·미·일 주도권 싸움.. 여왕 없는 피겨계

[오마이뉴스 박영진 기자]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 6개 대회가 모두 막을 내렸다. 지난 28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2015-2016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6차 'NHK 트로피'가 끝나면서, 은반 위의 전쟁이 끝이 난 것이다. 계속되는 러미일 강대국 피겨전쟁 속에, 아사다마오와 소트니코바 등이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올 시즌 그랑프리를 총정리해 본다.

뒤바뀐 러시아와 미국의 주도권 싸움

 애슐리와그너의 아이스쇼에서 기자회견 모습
ⓒ 박영진
올 시즌 가장 큰 볼거리는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달궈진 러시아와 미국의 접전이었다. 지난 시즌 러시아는 여자피겨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엘레나 라디오노바, 엘리자베타 툭타미쉐바, 안나 포고릴라야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두 포디움을 연이어 휩쓸면서 최강자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시즌 이들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지난 시즌 주춤했던 미국 여자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기량을 끌어올린 끝에 부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에 대표로 참가했던 그레이시 골드가 1차 대회에서 은메달, 애슐리 와그너가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그레이시 골드는 프랑스에서 열렸던 4차 대회에도 참가했다. 비록 파리 테러사건으로 인해 대회가 중도취소 됐지만, 그녀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라 파이널 진출을 확정 지었다. 와그너는 28일에 끝난 6차 대회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에는 무난히 진출했다.

반면 러시아 선수들은 지난 시즌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2015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거머쥔 툭타미쉐바는 트리플악셀 점프가 무너지면서 다른 점프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내내 불안한 모습이었다. 라디오노바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체형이 변화함에 따라, 제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자국에서 열렸던 5차 대회에서 회복세를 보이며 1위를 거머쥐었고 끝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물론 한 줄기 희망도 있었다. 이들에 이어 새로운 샛별로 떠오른 에브게니아 메데브데바(러시아)는 난이도 높은 점프 구성과 타노점프(손을 하늘로 들고 뛰는 점프)를 활용해 강자로 떠오르며 결국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아사다-소트니코바 복귀, 기량은 여전히 '글쎄'

올 시즌 또 하나의 포인트는 아사다 마오(일본)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복귀였다. 이들은 모두 소치올림픽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경쟁 무대로 돌아왔다.

아사다 마오는 중국과 자국에서 열린 3, 6차 대회에 출전했다. 그녀는 선수생활 내내 필살기로 내세운 트리플악셀을 비롯해 트리플플립-트리플루프 등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내세우며 기죽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두 대회에서 마오는 모두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특히 피겨 선수로는 노장의 나이로 접어듬에 따라, 4분이 넘는 연기를 해야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많았다. 게다가 3차 대회에선 같은 자국 선수인 혼고 리카가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면서 그녀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자국 대회였던 6차대회에선 회전수 부족과 두발 착지 등에 전혀 감점을 받지 않고 끝내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거품점수 논란이 또한번 일어났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편파판정으로 김연아(25)를 밀어내고 금메달을 가져갔던 소트니코바는 부상 등을 이유로 국제대회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올 시즌을 앞두고 몬드리안 트로피 등 B급 대회에서부터 다시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량은 실망스러웠다. 특히 자국에서 열렸던 5차 대회에선 점프뿐만이 아니라 스텝에서도 삐끗했지만, 홈 이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트니코바는 소치올림픽이 끝난 직후 인터뷰 등을 통해 앞으로 그랑프리와 세계선수권 등에서 모두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선수 중에서도 수많은 경쟁자들이 그녀보다 앞서있는 상태이기에, 내년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2016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사다 마오와 소트니코바는 복귀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지 않은 듯하다.

진정한 여왕 없는 여자 피겨, 김연아의 존재감

 김연아의 아이스쇼에서 연기
ⓒ 박영진
현재 여자 피겨는 뚜렷한 강자가 없으면서도, 점수 인플레가 계속되고 있다. 올 시즌엔 애슐리 와그너, 미야하라 사토코가 200점대를 넘어서면서 계속해서 후한 판정이 이어졌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여자 피겨에서 200점을 넘는 것이 힘들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그 벽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여기에 예술 점수 역시 지나치게 과하게 평가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상위권 선수들이 65점대 이상을 받아가면서, 과연 시즌 후반 세계선수권에선 몇 점대까지 치솟을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겨여왕' 김연아의 위대함이 다시 한 번 조명받고 있다. 그녀와 함께 같은 시대를 보냈던 아사다 마오가 돌아온 것의 영향도 있다. 김연아는 지난 2012-2013 시즌 1년 8개월 만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음에도, 기술의 완성도 면에서 오히려 더욱 숙련된 모습이었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선 2위와 무려 20점이 넘는 차이로 금메달을 따내며 여전한 여왕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재 피겨 강국으로 꼽히는 러시아, 미국, 일본 피겨 선수들 가운데 김연아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성장통을 거치며 기량이 주춤하거나 기복이 있는 경향이 일반적이지만, 김연아는 선수생활 내내 이러한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연아가 지난 2010년 벤쿠버올림픽 때 세웠던 프리스케이팅 신기록 150.06점과 총점 228.56점은 여전한 불멸의 점수로 남아있다. 갈수록 심해져 가는 점수 인플레 현상 속에서도 이 점수에 도달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만큼 김연아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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