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삼고초려' 이상훈 LG 복귀 막전막후

2015. 11. 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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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마'라는 애칭으로 LG의 전성기를 이끌며 시대를 풍미한 이상훈(44) 두산 코치가 11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마침내 친정 팀 LG의 품에 안겼다. LG 구단은 지난 28일 밤 "두산 구단, 이 코치와 구두로 합의했으며 조만간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LG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인 'I love twins'에는 환영의 글로 도배됐다. 그만큼 이 코치의 LG 컴백은 코치 한 명의 이적과는 파급력이 다르다.

1990년대 중반 국내 최고의 왼손투수로 활약한 이 코치는 LG의 간판이자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뛰어난 야구 실력 외에 어깨까지 기른 갈기머리를 흩날리며 마운드로 뛰어 올라가는 파격적인 카리스마에 팬들은 더욱 매료됐다. 이 코치는 일본과 미국프로야구를 거쳐 2002년 LG로 돌아왔으나 이순철(현 SBS스포츠 해설위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4년 1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SK로 트레이드됐다. 훗날 오해는 풀렸지만 이 코치는 그 뒤로 다시 LG로 돌아가지 못했다. 은퇴 후 2006년 LG의 홈 경기에서 자신이 속했던 밴드 '왓'의 멤버로 기타를 메고 그라운드 대신 1루 응원 단상에 올랐던 게 전부다.

트레이드는 표면적인 이유였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현역 시절 불의라 판단되면 선수단을 대표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이 코치는 은연 중에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 그래서 이름 석 자만 놓고 보면 언젠가 돌아와야 할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11년간 LG를 거쳐 간 사장, 단장, 감독 중 누구도 이 코치 영입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불편한 동거에 마침표를 찍은 건 백순길 LG 단장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 코치 영입을 추진한 건 약 한 달 전이다. 젊은 투수들을 육성할 인재를 찾던 와중에 이상훈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그리고 LG와 이 코치 간의 '과거사'를 전면 배제하고 현재 '코치 이상훈'에 대한 평가와 슈퍼스타의 복귀만으로 가능한 시너지 효과를 예상한 뒤 프런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극비리에 구본준 구단주의 재가를 거쳐 밀어붙였다. 당사자 이 코치가 아닌 현재 소속 구단인 두산에 먼저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두산은 올 시즌 2군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며 우승에 일조한 이 코치였기에 몇 차례 난색을 표했지만 백 단장은 포기하지 않고 삼고초려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LG 투수 이동현은 28일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이 코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레전드의 귀환을 반겼다. 봉중근은 한 때 등 번호 47번을 물려 받아 선망의 대상이던 이 코치를 따라 마무리로 전업하기도 했다. 김광현(SK)도, 유희관(두산)도 그랬고, 지금 들어온 신인 선수들에게도 이 코치는 여전히 우상이다.

사진=LG 선수 시절의 이상훈 코치. /LG 구단 제공.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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