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서울]'불혹의 분패' 추성훈, 새로운 패턴 필요하다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입력 2015. 11. 29. 14:38 수정 2015. 11. 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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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알베르토 미나와의 UFC 웰터급 경기에서 아쉽게 판정패한 추성훈. ⓒ 사진공동취재단

‘섹시야마’ 추성훈(40·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UFC에서의 연승사냥에 아쉽게 실패했다.

추성훈은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서 열린 ‘UFN 서울(UFC Fight Night Seoul)’ 대회 웰터급 매치서 ‘신의 병사’ 알베르토 미나(33·브라질)와 맞붙어 1-2 판정패(28-29 29-28 28-29)를 당했다.

추성훈의 판정패가 선언되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추성훈도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양상은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한 접전이었다. 1라운드만 탐색전이었을 뿐 2라운드는 미나가, 3라운드는 추성훈이 확실하게 가져갔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1라운드 막판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미나 쪽이 근소하게 점수를 더 가져갔다 해도 납득할만했다.

그럼에도 상대 선수인 미나에 대한 야유와 비난의 목소리가 큰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2라운드에서 큰 위기를 넘긴 추성훈은 3라운드에서 승부수를 걸었다. 적극적으로 타격을 내며 넉 아웃을 노렸다. 그런 가운데 미나는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전략(?)으로 명승부에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점수에서 자신이 앞선다고 판단하고 지친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은 것은 비록 전략적인 면에서는 현명(?)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경고나 감점도 받을만한 플레이였다. 그러한 시간 끌기가 없었다면 좀 더 화끈한 타격전이 이뤄졌을 것이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팬들은 ‘침대축구’를 빗댄 ‘침대격투’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미나전은 추성훈 입장에서 꼭 이겨야 되는 경기 중 하나였다. 추성훈은 2009년 UFC에 입성한 이후 아직까지 연승이 단 한 번도 없다. 데뷔전에서 앨런 벨처를 상대로 힘겹게 판정승을 거둔 이후 크리스 리벤, 마이클 비스핑, 비토 벨포트, 제이크 쉴즈에게 내리 4연패했고, 오랜만의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아미르 사돌라전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미나는 이제껏 추성훈이 맞붙은 상대 중 가장 네임밸류가 떨어진다. 주짓수 3단, 유도 2단의 미나는 테크닉 자체는 뛰어나지 않지만 긴 리치를 살린 타격이 꽤 위협적이다. 맷집과 힘이 나쁘지 않은 타입이라 크게 펀치를 휘두르며 돌격하는 타격 스타일도 자주 선보인다.

여기에 리치가 워낙 긴데다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상대가 타격 실력이 월등하다 해도 종종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실제로 추성훈 역시 2라운드 막판 예상치 못한 궤적으로 펀치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미나의 타격에 하마터면 넉 아웃 패배를 당할 뻔 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기술과 노련미에서 추성훈이 우위에 있었던지라 아쉽기 그지없다.

최근 추성훈은 UFC와 4경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파격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는데 미나전을 제외하고도 아직 3경기나 남았다. 때문에 추성훈이 앞으로 남은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파이팅 스타일의 변화 및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그가 뛰는 체급은 ‘지옥의 체급’으로 불리는 웰터급이다. 원체 기량 좋은 선수들이 차고 넘치는지라 앞으로 미나보다 약한(?) 상대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추성훈은 엘리트 유도가 출신이지만 MMA무대에서는 디펜스형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파이팅 스타일을 구사한다.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바탕으로 감각적인 타격을 통해 상대를 공략한다. 상당수 스트라이커들처럼 사이드 스텝을 밟고 경쾌하게 뛰어다니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스텝을 통해 필요한 만큼 움직이면서 피하고 막고 때린다. 감각적으로 터져 나오는 원투 콤비네이션은 동 체급 어떤 타격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UFC 무대에서의 추성훈은 너무 단순한 패턴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UFC 무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유도기술은 물론 타격에서도 펀치, 발차기 등 여러 가지 옵션을 골고루 구사했다. 반면 레슬러들이 가득한 UFC에서는 펀치 위주의 타격패턴 밖에 없다. 상대가 빠져나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하이킥이나 스핀킥 등도 섞어 쓰기는 하지만 그 빈도가 드물다.

펀치 외에 제대로 쓰는 것은 로우킥 정도뿐이다. 그마저도 그동안은 펀치를 쓰기위한 연계동작 정도로만 썼는데 미나 전에서는 상대의 스텝을 묶어버리는데 톡톡한 효과를 발휘했다. 1라운드에서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하던 미나는 추성훈의 묵직한 로우킥에 다리를 얻어맞으며 스텝이 묶여버렸다. 만약 로우킥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다면 추성훈은 미나의 아웃파이팅에 경기 내내 끌려 다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나이로 41세인 추성훈은 신체적으로 전성기가 훌쩍 지난 상태다. 전성기 때 같으면 단순한 패턴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였겠지만 현재는 상대방이 뻔히 패턴을 아는 상태에서 재미를 보기 힘들다. 좀 더 변칙적이고 예상치 못한 옵션의 추가가 절실한 이유다.

이에 펀치 혹은 킥, 여기에 주특기 중 하나인 유도식 테이크다운까지 섞은 콤비네이션 공격이나 팔꿈치를 활용한 패턴의 개발도 좋아 보인다.

더불어 미나와의 2라운드 후반에 있었던 것처럼 갑작스럽게 상대가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의 수비도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쟁터 같은 웰터급 라인에서 변화 없는 노장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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