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돈다발' 찾아 조폐공사 화폐본부 직접 가보니..

김진솔 2015. 11. 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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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홍채인식기 거쳐도 수백대 CCTV통과해야김화동 사장 "100-1=0, 하나의 실수는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돈 많이 가져와라”

많은 격려와 함께 출장을 떠났다. 현실성 없는 기대지만 사람마음은 어쩔 수 없다.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어하는 돈공장, 돈냄새가 풀풀나는 이곳, 경북 경산 소재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를 지난 27일 찾았다.

화폐본부는 은행권이 사용하는보안용지를 만드는 부여 소재 제지본부로부터 운반된 종이로 화폐를 찍어낸다. 즉 완성된 돈이 세상으로 나오는 진원지인 화폐본부에서 반출한 화폐는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돈다발을 가져오겠다는 기대(?)는 첫문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국가중요시설 ‘가’급 기관에 해당하는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수백대에 달하는 CCTV부터 카드리더기, 홍채인식기, 지문인식기 등을 지나야했다. 이 외에도 청경·특수경비원 몇몇이 24시간 경계 및 감시 근무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군형법 등을 포함한 살벌한 서약서에 사인을 요구하고 스마트폰 촬영도 금지된 이곳은 돈다발 반출을 원천차단했다.

조폐공사 직원을 따라 100% 지문인식으로 작동하는 철문을 열고 은행권 제조 공정을 둘러봤다.

5만원권 지폐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한 달이 걸린다. 앞뒤면 초판을 인쇄하고 스크린판에 잉크를 세기는 ‘노타스크린’작업이 끝난 후 위조방지를 위한 홀로그램을 붙인다. 또 ‘요판인쇄’로 지폐앞 뒤에 ‘올록볼록’ 입체감을 주는 신사임당 초상 등의 도안을 새긴다. 이후 불량화폐 검수작업을 거쳐 포장된 지폐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불량률은 약 0.5%다.

화폐본부 관계자는 “특히 5만원권은 보안기술이 더 추가돼 불량률이 만원권 이하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5만원권에는 볼록 인쇄, 미세 문자, 잠상이 등 정교한 기술이 숨어 있다. 여기에 색변환 잉크, 형광 잉크, 시변각 장치 외에도 비공개 요소 및 특수잉크 6가지를 포함 총 22가지 위조방지장치가 더해졌다.

주화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인 30분안에 완성된다.

주화제조공정에서는 10원 100원 500원 동전이 만들어지며 이 중 10원짜리 주화가 절반으로 1원, 5원 등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주화는 별도 판매용으로 제작하고 있다. 프레스기로 앞뒤 그림을 찍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불량품을 솎아내는 검사공정을 거친다. 동전을 일정 개수로 묶어 포장하면 실제 사용가능한 동전이 나온다.

50개씩 롤포장된 동전의 개당 적정 무게는 500원 7.7g, 100원 4.06g, 10원 1.22g으로 이보다 무게가 ±1.1~2.3% 더 나가면 재분류 검사기가 걸러내 폐기한다. 불량 주화는 용광로에 소각, 다시 새 모습을 갖추게 된다. 전체 불량률은 0.1~0.3% 수준이다.

화폐본부에서는 ‘100-1=0’이란 표식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화폐 제조·보안 과정에서 한 가지라도 실수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손에 쥘 수도 없는 수많은 돈을 위해 화페본부 직원들이 24시간 상주하는 이유는 정교한 기술로 위조가 통하지 않는 보다 ‘올바른 돈’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기자는 돈다발을 구경만 했다.

[매경닷컴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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