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해부①]'1200조 시한폭탄'..여전히 관리 가능한가, 감당 수준 넘었나

조현아 2015. 11. 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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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가계부채 1166조로 사상 최대…연말엔 1200조 달할 전망
그러나 "감당 가능하다"는 낙관론과 "머지 않아 터질 것" 비관론 교차
낙관론,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선진국에 비해 나쁘지 않고, 부채의 질도 좋은 편"
비관론, "빚이 소득보다 빨리 늘고 있어 위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대출 적신호"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여전히 관리 가능한가. 감당 수준을 이미 넘었나.'

저금리와 부동산 거래 증가 속에서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는 가계빚이 어느덧 1200조원에 육박하면서 다시 제기되는 의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리면서 이를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과연 정부 말대로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이 정말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아니면 일각의 우려처럼 우리 경제에 피할 수 없는 뇌관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관리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정부도 이를 우려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 시행이 부처간 이견으로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가계부채를 잡으려다가, 어렵게 살려 놓은 부동산 시장마저 다시 급랭시킬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계 빚은 급격히 불어나고 있지만 찬찬히 따져 보면 최근 들어 가계부채의 질이나 구조는 이전보다 좋아지는 역설적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가계부채 패러독스 현상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저금리 상황에선 그런대로 괜찮다고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쉽지 않은 불확실성 속에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 문제는 이런 저런 현안들과 얽혀 있고, 양상도 복잡해 그 해법도 단순할 수 없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선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결국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해 실상을 들여다 보고 정부는 물론, 당사자인 가계들도 제각기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며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중(7~9월) 가계부채는 1166조원으로 2분기말(1131조5000억원)에 비해 34조5000억원 증가했다. 분기 기준 증가폭으로 역대 최대치다. 1년 전보다 109조6000억원(10.4%)이 불어난 수치다. 10~12월에도 이같은 속도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12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그러나 급증한 가계 빚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에 대한 국내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상당한 규모로 추정되는 지하경제까지 포함한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며 "지금은 가계부채를 우려하기 보다는 경제 부양에 더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출신의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대표도 "가계부채 리스크라고는 하지만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지 않다"며 "민간 소비만 진작이 되면 크게 문제가 될게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낙관론의 배경에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좋게 보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 가계빚의 70%는 소득 상위 4~5분위에 몰려 있고, 연체율도 0.4%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도 작년 9월보다 3.8%p 오른 226.7%로 나타나 건전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비관적인 견해도 차고 넘친다.

우선 2011년부터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채는 소득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늘고 있어, 당장 소득이 급증하기 어렵다면 머지 않아 감당하지 못해 터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라는 점이다. 수출에 의존적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선 세계경제가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한 성장률을 높이기 어렵고, 지금 같은 저성장 국면이 어이진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폭탄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6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35%)를 뛰어 넘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올 1분기 기준 84%로 18개 신흥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평균치(74%)도 웃돌았다. 일각의 주장과 달리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저소득·저신용층, 다중채무자의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데다 잠재적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자영업자와 고령층 대출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은행과 비은행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3분기말 기준 30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은행에서 빌린 개인사업자 대출도 235조5000억원으로 올들어 26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증가폭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계부채의 질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자급증→소비 감소→국내 경기 부진'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 기조로 전환되는 경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가계가 소비 지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줄여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내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hac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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