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테러에도 등장한 '영웅'..왜 영웅은 자신을 희생하나

심리학자 "긴박한 순간 직감적으로 행동할 때 가장 이타적"

심리학자 "긴박한 순간 직감적으로 행동할 때 가장 이타적"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초인적인 영웅은 아니지만 끔찍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나 '시민 영웅'은 등장해왔다.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에서도 아들을 구하고자 날아오는 총알 세례 속에 '인간 방패'가 된 어머니가 있었다. 한 남성은 테러범이 총구를 여성에게 겨누고 발사하자 몸을 날려 여성 대신 희생됐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28일 현재까지 거룩한 희생을 보여준 영웅들의 이야기가 속속 드러나면서 세계인을 또 한번 울렸다.

이처럼 영웅들이 큰 사건 때마다 등장하게 되면서 심리학자들은 왜 영웅들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연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랜드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 박사는 이러한 궁금증에 '직감적 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최근 전했다.

랜드 박사는 "사람들이 빨리 결정해야 하고 직감적인 결정이 요구될 때 가장 이타적으로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랜드 박사의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돈이 걸린 게임을 진행했고,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시간이 촉박하고 결정을 서둘러야 할 때 그들의 현금을 타인과 더 많이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험 결과는 인간이 계산적·이성적 마음으로 이기적인 욕망을 억누르고 있다기보다는 선천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BBC는 분석했다.

랜드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사람들은 후에 주어지는 보상을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기존 심리학계 주장과 반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생각할 시간이 짧을수록 사람들은 관대해진다고 주장했다.

영웅들 역시 직감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며 이타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목숨이 걸린 문제에서도 영웅들이 직감을 바탕으로 이타적 행위를 했는지를 알아보고자 영웅적 행위로 메달을 받은 사람들의 사례 약 50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랜드 박사는 영웅들의 진술을 통해 그들이 행동하기 전 신중한 고려나 생각을 한 후 행동했는지 아니면 직감적으로 결정했는지를 검토했다.

분석 결과 90％의 사례가 본능적인 행동이었고 심지어는 숙고할 시간이나 돕지 말아야 한다는 이성적 생각을 할 시간이 충분할 때도 영웅들은 재빠르게 직감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영웅적 행위가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랜드 박사는 영웅들의 행위가 직감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우리도 그러한 직감을 가질 수 있고 영웅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뇌는 천천히 생각하기와 빠르게 생각하기 두 가지 양식이 있다"며 "천천히 생각하기는 의식적, 분석적, 이성적이지만 빠르게 생각하기는 습관으로부터 나오는 자동적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모두 영웅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며 "협력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남을 돕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trum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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