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렴으로 실험실 폐쇄' 건국대 "문 좀 열어줘요"

2015. 11. 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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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생들 졸업 늦춰야할 판..100억원대 관학·산학 연구 '올스톱'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집단 폐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한 달째 폐쇄된 상태인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 정문. 2015.11.28

석박사생들 졸업 늦춰야할 판…100억원대 관학·산학 연구 '올스톱'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집단 폐렴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해 건물 폐쇄 조치가 한 달 넘게 이어진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이 학사·연구 일정 차질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2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동물생명과학대학(동생대) 건물은 폐쇄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은 채 모든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동생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이곳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면서 지난달 28일 오전 폐쇄됐다. 질병관리본부가 아직 질병의 원인체를 찾지 못해 이 조치는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동생대 학부생 672명과 대학원생 127명 등 총 799명은 다른 대학 강의실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이어왔다.

연구 실습보다 강의실 수업 위주인 학부생들은 그나마 처지가 낫다. 곧 다가올 기말고사 기간에는 학부생들의 강의실 수요가 줄어들어 학교 측도 한 시름 덜게 된다.

문제는 실험을 하지 못하게 된 대학원생들이다.

특히 내년 8월 졸업 예정인 석·박사생 20여명은 한창 매진해야 할 실험을 전혀 못하고 있다.

건물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나올 수 없는 까닭에 실험을 다른 장소에서 이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역 당국에 신청하면 하루에 한 번 정도 연구실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급한 서류의 사진을 찍거나 컴퓨터 파일을 저장장치에 담아 나오는 정도다.

폐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졸업 일정을 늦춰야 하는 학생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동물생명공학과의 한 교수는 "한 학생은 사정상 내년에 꼭 졸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내가 거의 '억지' 수준으로라도 학위를 내주려고 하는데 그마저도 잘 안 돼 미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유학 생활을 하는 외국인 석·박사생들은 고민의 무게가 훨씬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에티오피아 국립 아르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3년 초 건국대에 박사 과정을 밟으러 온 훈두마 딩카(36)씨는 8월까지 학위를 따지 못하면 지난 3년간 지원받은 국비를 모두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훈두마씨는 "아르시대에 사정을 설명했으나 예정대로 박사학위를 받아오지 못하면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하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라면서 "폐쇄가 길어져 학위를 못 따게 되면 빈털터리가 돼 자식을 학교에 보낼 돈도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기업과 정부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도 크게 난감해하고 있다.

동생대에서는 연간 총 지원액이 약 100억원에 달하는 74건의 관학·산학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모두 '올스톱' 상태다.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돼지를 만드는 '우장춘 프로젝트'는 올해까지 5년간 50억원을 지원받은 대형 사업인데 건물 폐쇄 탓에 연구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특히 11∼12월은 '물주'인 협력 기관에 1년간의 연구 성과를 알리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교수들 모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동생대 김진회 학장은 "사정이 있으니 구제를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은 했는데 기관마다 사정이 다 달라 보고서 제출 시기를 늦추지 못한 프로젝트도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내달 중으로 소독을 하고 안전 확인을 한 뒤 건물 사용을 재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다만 소독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해 봐야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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