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러시아 IS 공습 전초기지..라타키아를 가다

하준수 2015. 11. 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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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라타키아 공군기지

▲ 기자들을 태운 러시아 국방부 특별기

11월 10일 오후 5시. 러시아 국방부 앞으로 외신기자들이 모였다. 영국 BBC, 프랑스 TF1, 스페인, 그리스, 중국 CCTV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 30여 명이 가랑비를 맞으며 시리아 출장에 나섰다. 한국 언론은 KBS가 유일했다.

목적지는 시리아 라타키아에 있는 공군기지. 러시아 국방부가 마련한 이른바 '임베드 프로그램(Embed Program: 군인들과 함께하는 종군기자들의 동행 취재 프로그램)이다. 기자들을 태운 버스는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공군기지로 향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고리 코나셴코프 준장이 기자들과 동행했다. 자정 무렵 일행을 태운 국방부 소속 특별기가 시리아를 향해 이륙했다.

11월 11일 새벽 6시. 특별기는 시리아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안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취재가 시작됐다. 이른 아침부터 전폭기들이 목표물을 향해 줄지어 출격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4개 기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기지에서는 주로 공격헬기를 운용 중이고, 전투기와 지상 공격기, 전폭기들은 모두 라타키아 공군기지에서 출격한다.

IS 목표물을 타격하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기종은 4가지이다. SU-34 폭격기와 SU-30 장거리 요격기, SU-25SM 지상 공격기, SU-24M 전폭기 등이다. SU-30 전투기는 지상 공격기들을 엄호하는 것이 주임무인데, 무장을 공대지 미사일로 바꿔 장착하면, 지상 공격 임무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출격하는 기종은 역시 SU-25SM 지상 공격기와 SU-24M 전폭기였다.

▲ SU-25SM 지상 공격기

특히, SU-25SM은 '탱크 킬러'로 유명한 미국의 A-10기에 필적하는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판 A-10으로 불리기도 한다. 옛 소련 시절 만든 유일한 CAS(Close Air Support, 근접항공지원) 전용기이기 때문에, 오로지 지상 공격 임무만 수행할 수 있다. 저고도에서 저속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조종석 부분을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 취약 부분에 대한 장갑을 보강했고, 강력한 2개의 R-195 터보팬 엔진 덕분에 소형이면서도 강력한 무장을 탑재한다. 관통력과 살상력이 뛰어난 30mm 기관포와 집속폭탄, 레이저 유도미사일 등 4.4톤의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투기에 무장을 탑재하는 장면도 공개했는데, 마침 SU-34에 KAB-500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있었다. 'KAB-500'은 옛 소련이 개발한 최초의 레이저 유도폭탄으로, 주로 교량이나 발전소, 지휘소, 활주로, 건축물 등 견고한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사용된다. 서방과 아랍 쪽 언론에서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을 시작한 이래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러시아 국방부는 이같은 정밀유도폭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 러시아군 막사

러시아 국방부는 기지 안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몰라도, 병사들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을 상세히 공개했다. 우선, 수백 개에 달하는 조립식 컨테이너 막사를 공개했다. 막사 하나에 침대가 6개 정도 들어가니까, 얼추 계산해도 수천 명이 상주하고 있다는 말이다. 러시아 군 당국은 보안사항이라며 구체적인 병력 숫자나 배치된 전폭기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밖에 점심 식사 준비 장면, 군대 내 매점, 세탁소, 사우나 시설 등을 차례로 공개했다.

▲ 러시아군의 비상식량

특히, 비상식량과 전투복이 인상적이었다. 2가지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대 전투식량은 미군의 MRE(Meal Ready to Eat)가 가장 유명한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밀봉 포장하고, 기타 비스킷, 휴지 등등 20여 가지 일상용품을 비닐 팩에 담아 놓은 것이다. 미군 MRE는 20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러시아군은 4종류가 있다고 했다. 전투복도 하복과 동복, 기타 사막용 위장복 등 종류가 다양했다.

▲ 공격용 헬기 Mi-24

기지에서는 이외에도 Mi-24 등 공격용 헬기 5~6대가 수시로 뜨고 내렸는데, 마침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일단의 병사들이 헬기에 탑승하길래, '아, 드디어 지상군이 배치됐나?' 싶어서 확인 요청을 했더니만, 국방부 관계자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이들은 기지 안팎을 수시로 정찰하는 임무를 띤 보안요원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에 지상군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취재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기지를 지키는 방공/대공 시스템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라타키아 공군기지에는 '판치르-S1'으로 알려진 지대공 미사일 2~3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이 무기는 구경 30mm 2A38M기관포 2문과 57E6 지대공 미사일 12문을 궤도차량 위에 탑재한 것이다. 사정거리는 12마일, 교전 고도는 6만 피트 정도다. 그러나 군 당국은 보안사항이라며, 방공 시스템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 러시아가 보는 IS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을 시작한 지난 9월 30일부터 지금까지 각종 전폭기가 1,700차례 출격했고, 2,100개 이상의 IS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하루 평균 37회 이상 출격한 것이다. 공습 초기에는 한번 출격해서 하나의 표적을 타격했지만, 요즘은 한번 출격에 3~4개 이상의 다양한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요즘에는 시리아 반군들로부터도 IS의 좌표를 지원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IS는 한마디로 잘 훈련된 프로 군인(professional soldiers)들이다. IS는 이른바 '전투 과학' 지식을 잘 활용해, 지휘소나 병기창 등을 지형에 맞게 잘 위장해 놓는 바람에 목표물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산악이나 숲, 계곡, 콘크리트 벙커 등 전투과학 지식을 활용해 잘 위장된 목표물을 찾아내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IS는 러시아 공군의 연이은 폭격을 피해, 무기와 각종 장비를 민간인 지역이나 모스크 지역에 숨기고 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 내전의 상처…난민

▲ 라타키아 난민 수용소

11월 12일. 군 당국은 기자들을 라타키아 공설 운동장에 마련된 난민 수용소로 안내했다. 거대한 체육관 내부에 난민들이 거주하는 텐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여기에도 자리가 모자라 건물 앞마당에 수십 개의 텐트들이 촘촘히 들어섰다. 이곳 난민 수용소에만 5천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난민 수용소의 책임자인 이달 마쉬는 "라타키아 주에 150만 명의 난민들이 살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난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온 것은 일상화된 테러 때문이다. 비좁은 텐트에 10여 명의 가족이 모여 사는 것은 이곳에선 흔한 일이다. 여기서 만난 17살 청년 알리는 장래 희망을 묻자, 시리아군에 입대해 IS를 혼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40대 주부 나즈마는 "고향인 알레포로 돌아가고 싶다. 텐트 안은 바람이 불고 너무 춥다. 이젠 지쳤다. 7명의 아이들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라타키아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시리아 최대 항구도시이다. 지중해를 건너면 곧바로 유럽으로 향한다. 4년 넘게 지속되는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0% 정도는 유럽행을 택했지만, 나머지는 시리아 안에서 떠돌고 있다. 난민 문제의 근본 원인인 내전을 조기에 종식시키겠다며, 러시아까지 대 IS 공습작전에 뛰어들었지만,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 ‘러시안 서포터즈(Russian Supporters)’

▲ 환호하는 타르투스 시민들

이번 취재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타르투스에서 만난 '러시안 서포터즈(Russian Supporters)'이다. 라타키아에서 90km 떨어져 있는 타르투스(Tartus)로, 군 당국은 기자들을 안내했다. 타르투스는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러시아 국기와 푸틴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열렬히 환호하는 게 아닌가.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다분히 동원된 군중이란 느낌이 들었지만, 러시아를 환호하는 분위기가 너무나 진지했다.

러시아 대학 졸업생 연합회장인 아루스 무하메드 하비브 교수는, 전 세계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시리아에 몰려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데, 러시아가 자기들을 지켜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시리아는 역사적인 우방이고, 러시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7만 명의 인재들이 시리아에서 공장을 짓고, 의사, 약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인 라샬 무하마드는, 러시아는 시리아에게 친구를 넘어 자매인 셈이라고 말했다.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는 거의 모든 생필품을 러시아에서 지원받고 있고, 인도적 지원 물품의 상당량이 타르투스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워, 동행한 '러시아 투데이' 중동 특파원에게 이들이 진짜로 러시아에게 감사하는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2박 3일의 빡빡한 취재를 마치고 시리아를 떠나 모스크바로 돌아온 11월 13일 밤, 공교롭게도 파리 테러가 발생했다. 그리고 10월 30일 일어난 러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은 테러로 공식 발표됐다. 러시아 정부는 테러범을 응징하겠다며, 장거리 전략 폭격기까지 동원해서 IS 근거지를 맹폭격하는 중이다.

2015년 한 해가 저무는 마당에, 전 세계가 테러 공포로 전전긍긍하는 양상이다. 1989년 아프간에서 철수한 이후 26년 만에 중동지역에 다시 군사적 개입을 단행한 푸틴 정부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연관 기사] ☞ 러시아 IS 공습 작전 ‘전초기지’를 가다(2015.11.12)☞ 내전의 상처…시리아 난민촌을 가다(2015.11.23)

하준수기자 (ha6666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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