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휘의 PQ]서울법대 출신은 왜 '비노'일까

김성휘 기자 2015. 11. 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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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야당 주요당직자 비서울대 주류 vs 서울대 비주류..민변출신도 엇갈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야당 주요당직자 비서울대 주류 vs 서울대 비주류..민변출신도 엇갈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된다는 '수저계급론'이 2015년을 강타했다. 신분상승과 같은 사회 역동성 덕에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할 정도였던 대한민국에서 계급결정론이라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자 숙제다.

수저계급론이 특히 청년들의 공감을 얻었다면 정치권,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는 학벌계파론이 있다.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자 대한민국 대표 대학인 서울대가 유독 지금의 야당에선 비주류다. 반대로 '비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주류에 포진했다.

학벌계파론이 선명히 드러나는 건 변호사, 그중에서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선택이다. 올들어 야권에선 민변의 약진이 뚜렷했다. 문 대표를 비롯,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이다. 탈당했지만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대표적 민변 출신 인사다. 이들이 공교롭게 친노·비노 양 계파의 최전선에 서있다.

19일 현재 이들을 비교하면 [그래픽]처럼 서울대, 특히 법대 출신이 비노에 몰려 있다. 이른바 '서울법대 민변'이다. 이들은 인간적으로도 '절친'이고 정치성향에도 공통점이 많다.

최원식 원내부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깝고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대표시절 그의 비서실장을 했다. 이 그룹에서 최재천 정책위의장,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정도가 '서울법대'가 아닌 케이스다.

민변출신 친노·친문재인 그룹엔 서울대가 드물다. 문 대표 본인이 비서울대로 활동무대도 서울이 아니었다. 전해철(고려대) 박범계(연세대) 의원, 비례대표 진선미(성균관대) 의원도 비서울대다. 신기남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이 서울법대 출신이지만 4선 중진이고 계파 대립에선 한 발 물러서 있다.

율사 정치인들의 출신대학이 야당 계파갈등의 원인이라 단정짓는다면 무리일 것이다. 비서울대-비노같은 예외도 있고 차기 총선 공천이야말로 최대의 갈등요인이란 게 중론이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출신교-계파 상관관계를 무의미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율사출신이 아닌 고위 당직자까지 고려하면 비서울대가 당권을 장악했대도 지나치지 않다. 박광온 대표비서실장(고려대) 최재성 총무본부장(동국대)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전북대) 등이다.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듯하다.

일반적인 정치학 교과서에선 계파(파벌) 형성 배경으로 이해관계, 정치적 견해, 정치자금원과 함께 출신계급을 제시한다. 한국에선 출신학교가 계급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혹 '서울대'건 '비서울대'건 젊은 시절 "형님" "동생"하던 인간적 관계가 점차 정치적 행보까지 함께 하는 운명체로 발전한 것은 아닐까. 이 과정에서 좋은 관계는 더 친밀해지고, 어색한 관계는 더욱 멀어지면서 서로 작은 차이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여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사이 공천이니 당권이니 하는 크고작은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 더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혁신안을 둘러싼 내부 진통에 "저쪽(새누리당)은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으려 하는데, 우리는 작은 차이를 애써 찾으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뭉치는 여당, 분열하는 야당이라는 현주소를 돌려 말한 것이다.

또다른 한 의원은 "민변 OB(옛 회원) 모임이라면 계파갈등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말을 듣고 민변이 실제로 '홈커밍데이'를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자 쓴웃음이 났다.

야당 주요 당직을 맡고 있거나 계파리더급 인사라면 곱씹어볼 일이다. 지금의 이 난맥상에 출신학교는 과연 아무 상관이 없는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1988년 고 조영래 변호사 주도로 정의실현 법조인회(정법회)와 청년변호사회(청변)를 합쳐 탄생했다. 민변은 인권사건 변론을 도맡으며 민주화운동의 한 축이 됐다. 1990년대 이후엔 많은 회원들이 정치에 입문하며 지금 새정치연합과 같은 민변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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