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큰 결단 어려운 '차관급'회담..순탄치 않을 듯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남북이 내달 11일 1차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반면 차관급 대화에서는 비중있는 결단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28일 제기된다.
남북 양측은 지난 25일 열린 실무회담에서 내달 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하면서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으로 평양이 아닌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당초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계기였던 8·25합의 1항에서 양측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내에 개최한다"고 합의했던 데 반해 당국회담의 장소가 개성으로 다소 격하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회담의 구체적 '급'에 대한 합의는 없었지만, 열리게된다면 응당 양측 장관급이 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 민간교류 다양화 등을 위한 8·25 합의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임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관급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기조발언을 먼저 한 북측도 처음부터 부상급으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차관급 당국회담 개최안을 두고 양측이 상당히 조심스럽게 대화에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차관급 당국회담에 대한 남북 양측 간 이견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양측 모두 당국회담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2+2’(남측 국가안보실장·통일부 장관, 북측 군총정치국장·통일전선부장)급으로 격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급으로 시작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의 회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한반도 정세는 물론 회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에 유독 취약한 남북회담의 특성상 차관급에서 더 높은급으로 격상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어차피 남측이 원하는 것과 북측이 원하는 것에 대해 서로가 잘 알고 있는 마당에 차관급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남북 양측 모두 매우 보수적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양측은 지난 실무회담에서 남측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대북경제제재 조치 해제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서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회담의 끝은 금강산관광 중단 등 대북경제제재 조치를 이끌어낸 금강산관광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둔 기싸움으로 흐를 여지가 크다.
장관급 이상에서 대화하고 접점을 찾아야하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관급으로 시작된 당국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정책실장은 "대북경제제재 조치 해제 문제를 차관급에서 협상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 북측의 양보를 얻어내기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양측이 원하는 것을 두고 '빅 딜'을 추구하는 보다 대담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in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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