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그 후]'마음이 콩 밭에 가 있던' YS 장례집행위원장

김봉수 입력 2015. 11. 28. 15:10 수정 2015. 12. 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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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2일 서거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국민적 추모 열기 속에 무사히 엄수됐다. 하지만 일부 문제점과 준비 소홀이 드러나고 있다.

행사 장소에 추모곡을 부르기 위해 초청된 합창단 어린이들이 2시간 내내 외투도 없이 추위에 내몰린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추위에 대비해 중무장한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얇은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들은 혹독한 추위에 시달린 끝에 벌벌 떨며 울듯이 노래를 했다. 특히 주최 측이 인솔교사 등의 외투 반입 요청에 대해 "보기 흉하다"며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다. 결국 상주인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SNS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김씨는 "아버님 영결식에 나온 어린이 합창단들이 갑자기 몰아닥친 영하의 추운 날씨에 떨었다는 소식에 유가족의 한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이 이날 영결식에서 배제된 것도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는 시민들의 추모 열기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국회 정문 입장을 막고 뒷 문 으로만 들여 보냈다. 영결식장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1만여석의 준비된 좌석 중 추위 등으로 일부가 불참하면서 3000여개가 남았지만 빈 자리로 남겨뒀다.

노제ㆍ추모제 등 일반 시민들이 그를 추모할 수 있는 행사가 유족들의 '장례 간소화' 원칙에 따라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시민들의 영결식 배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시민들은 영결식 참관을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다가 입장 금지 소식을 듣고 걸음을 되돌리기도 했다.

이같은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둘러 싼 일부 잡음을 누가 책임져야 할까? 정부를 대표해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일단 모든 일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 장관은 국가장 기간 동안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행보를 보였다. 국가장 준비가 한창인 24일과 25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15 새마을운동 지도자 국제대회'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이 행사에 참석하느라 국가장 관련 언론 브리핑에 부하 직원을 대신 내보내고 본인은 이틀 연속 개막식ㆍ세미나 등에 참석해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개발 경제 학자이자 빈곤퇴치 운동가 제프리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접견해 빈곤퇴치 수단으로써 새마을운동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수장이 이러하니 그의 휘하에 있는 국가장 주무 부처 '행정자치부' 또한 흔들리는 듯 했다. 장례 준비에 소홀한 듯한 모습을 언론에 잇달아 내비쳤다. 서거 첫 날인 22일 오후3시로 예정됐던 장의 절차 브리핑이 돌연 오후 2시40분쯤으로 앞당겨져 소동을 빚었다. 당시 행자부는 "오후 3시에 유족과 회의 일정이 잡혔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브리핑을 앞당겼다. 덕분에 일부 기자들이 담당자에게 강력한 항의를 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25일 오전 브리핑도 마찬가지였다. 행자부는 영결식 일반 시민 참관 가능 여부ㆍ교통 통제 상황 등을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브리핑에 임했다가 호된 추궁을 당했다.

행자부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장관이 '마음이 콩 밭에 가 있으니' 부하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 장관은 지난 9일 사실상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사퇴를 선언한 인물이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아직 개각이 안 돼 자리에 앉아 있다. 게다가 그의 출마 예상 지역구는 바로 이번에 그가 국제대회 개최로 '얼굴을 빛낸' 대구로 예상되고 있다.

정 장관은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사퇴할 당시 "장관직 물러난 이후에도 국가 발전과 우리 박근혜 정부 성공 위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라건데, 장관직에 있을 때에도 국가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시길.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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