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자본은 중국, 기반은 일본, 인물은 한국

풋볼리스트 2015. 11. 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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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아시아 축구는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상호작용이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배경을 통한 라이벌 의식과 한일전이 그 자양분이 됐다. 뒤쳐져 있던 중국 역시 역사적 라이벌 의식을 통해 최근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삼국의 성공 방정식은 각기 다르다. 일본은 1993년 J리그를 출범하던 당시 100년 계획을 세울 정도로 치밀한 계획하게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유럽 및 선전 축구의 시스템을 일본에 맞게 적용했다. 선수 육성의 틀과 클럽 인프라를 구축했다. 일본의 인프라는 유럽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한국은 1980년대 강세를 보이던 시절부터 엘리트 육성에 집중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 장기 합숙등을 통해 최상위 단계인 대표팀의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폈다. 이를 통해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했다. 그 결과 국제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꾸준하고 월등한 성과를 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에 오른 것은 아시아 대륙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유럽 무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남기고 있는 것도 한국 선수들이다. 일본 선수들도 꾸준히 진출하고 활동 중이지만,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등의 위상은 나머지 수 많은 일본의 유럽파 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

후발주자는 중국이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이 주석에 오르면서 ‘축구굴기’로 대표되는 투자가 진행됐다. 중국 경제 성장의 폭발적 가속과 맞물려 수 많은 기업이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중국 슈퍼리그 클럽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두 차례나 차지한 광저우헝다의 규모는 이미 ‘탈아시아급’이다.

정리하자면 자본은 중국, 기반은 일본, 인물은 한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 자원에서도 돋보인다. 2016시즌을 앞두고 물밑 이적시장에서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동아시아 삼국 축구의 형세가 보인다.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은 한국의 검증된 선수와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항저우그린타운을 비롯한 몇몇 중국 클럽은 홍명보 감독 영입을 원하고 있다. 연변의 1부 승격을 이끈 박태하 감독도 중국의 ‘한류’ 감독 바람을 일으킨 진원지 중 하나다.

2016시즌 2부리그에서 시작하는 상하이선신은 김상호 전 U-19 대표팀 감독 체제로 돌입하며, 최근 2015 칠레 U-17 월드컵에서 성과를 낸 이재홍 피지컬코치까지 영입했다. 2015시즌 도중에는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장쑤세인티의 거액 연봉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들외에도 한국인 지도자를 원하는 중국 팀들이 많다.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관심은 일본에도 있다. 세레소오사카는 선수로 맹활약했던 황선홍을 감독으로도 원했다. 포항스틸러스에서 지도력을 검증 받은 황선홍 감독은 2015시즌 내내 세레소 이적설에 시달렸다. 포항 퇴단을 발표했지만 세레소의 제안도 거절했다. 1년 간 휴식기간을 갖기로 했다. 알비렉스 니가타 등 홍명보 감독을 원한 J리그 팀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삼성 골키퍼 정성룡은 J리그 가와사키프론탈레 이적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K리그는 동아시아에서 선수와 감독 자원을 가장 잘 키워내고 있는 무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를 넘어 서아시아에 나간 한국 선수도 많다. K리그 팀들은 ACL 무대에서 일찍 탈락했지만, 다른 아시아 팀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결승전 일정까지 ACL 무대에 남았다.

동아시아 삼국은 각자 강점을 갖고 발전하고 있다. 활발한 교류는 동반 성장의 좋은 동력이다. 아쉬운 것은 중국과 일본이 다른 나라의 지도자와 선수를 데려와 새로운 문화와 철학을 이식하고, 활용하는 데 적극적인 반면 한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이 자체적으로 우수한 지도자와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큰 문제는 시장과 기반의 차이다. 하부리그 구조가 탄탄하고 프로팀 숫자가 많은 일본, 자본을 바탕으로 기반도 구축하고 있는 중국과 사정이 다르다. 시장이 좋을 때는 한국도 중국과 일본의 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도, 리그 수준에 걸맞은 타국 선수도 물색하기 어렵다. 자금 경쟁과 기반 경쟁에서 한국은 모두 힘이 부친다. 서울이 시즌 도중 다카하기를 영입해 긍정적 결과를 낸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따.

한국의 지도자와 선수들이 일본과 중국으로 건너가 경험한 것을 국내에 다시 이식하는 것도 교류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윤정환 감독은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울산현대 지휘봉을 잡았다. ACL 경기를 통해서도 다른 아시아 국가의 축구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K리그도 중국과 일본의 지도자와 선수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페쇄적인 리그는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다른 문화에서 자라 다른 철학으로 축구를 한 새로운 피가 돌아야 한다. 기존의 상식과 관념만으로는 틀을 깨고 전진할 수 없다. 최근 한국 지도자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도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내보내는 것뿐 아니라 데려오는 것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비용 지출로 여겨질 수 있지만 더 큰 결실로 이어지는 투자가 될 수 있다. K리그에 대한 타 아시아 국가의 관심을 높이는 마케팅적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어려울 때지만 축소 만이 능사는 아니다. 발전을 위해 눈을 밖으로 돌릴 필요도 있다.

:: 환상곡은 형식에 구애됨 없이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로이 작곡한 음악 작품을 뜻한다. 영어로는 환타지(Fantasy)다. ‘한준의 축구환상곡’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때로는 환타지 소설처럼 풀어낸 하는 한준 기자의 컬럼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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