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퍼준 LG, 리빌딩 위한 최후의 승부수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5. 11. 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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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떠난 LG.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통이 크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팀 리빌딩의 대의에 걸맞는 행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그냥 퍼준다고 해야할까. 2차 드래프트에서 LG로 시작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27일 비공개로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LG는 베테랑 이진영을 kt로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나성용, 김선규, 김웅, 윤정우를 내보냈다.

대신 투수 김태형(넥센), 야수 윤대영(NC), 포수 윤여운(kt)을 데려왔다. 세 선수 모두 20대 중반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다. LG가 이번 드래프트를 어떤 생각으로 임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리빌딩이다. 이미 올해 9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LG다. 2013, 2014시즌까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팀 체질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결단이 필요해졌다.

LG는 베테랑 외야수 이진영을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시켰다. 1차 지명 우선권을 가진 kt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진영은 올 시즌 103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6리 9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물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여전히 묵직한 선수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진영의 경우, 내년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출전 경기수를 채워야 한다. 그렇기에 LG는 이진영에게 제대로 출전 기회를 보장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보호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진영 역시 인연이 깊은 조범현 감독과 다시 kt에서 뛰며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이진영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빌딩을 이유로 이진영을 내보내면서 나성용까지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다소 의문이 든다. 비록 수비력이 부족하지만 나성용의 방망이는 꽤나 좋다. 올 시즌 나성용은 주로 교체로 투입되어 40경기동안 73타수 20안타 타율 2할7푼4리 3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LG는 내보냈다. 발빠르게 삼성이 잡았다. 젊은 타격 유망주 나성용의 삼성행에 LG 팬들이 노발대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발이 빠른 외야수 윤정우까지 KIA가 데려갔다. 외야에서만 3명이 빠졌다. 투수에서는 나름 알짜배기 역할을 해주던 김선규가 나갔고 좌완 유망주인 김웅까지 롯데로 갔다.

베테랑과 젊은 유망주, 외야와 마운드를 아울러 아낌없이 퍼준 '착한 LG'가 돼버렸다. 거물급 베테랑 선수와 유망주를 내보내고 그냥 유망주만 데려온 셈이다. 5명 보내고 3명을 데려왔으니 단순하게 봐도 손해보는 장사.

LG팬들은 박용택, 이병규(9), 이진영과 같은 걸출한 외야 자원이 잠실에서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30대를 훌쩍 넘겼음에도 그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선수들이 나오지 못했다. 그만큼 성장이 더뎠다. 잠재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이전 고참 선수들의 몫을 해내기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LG 역시 나름대로 차분하게 준비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임훈을 비롯해 김용의, 문선재, 채은성, 서상우, 안익훈까지 LG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 하나 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LG는 이들을 믿고 과감하게 칼을 빼들었고 화끈하게 베었다.

2015년 11월 27일, LG가 내린 결단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LG의 바람대로 리빌딩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결단이면 최선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서 어설픈 변화를 주다가 10년이 넘도록 6-6-6-8-5-8-7-6-6-7의 비밀번호를 찍으며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던 팀도 LG다. 과연 LG의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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