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규의 친뮤직] 너무 비싼 연봉? 숫자부터 제대로 발표하라

최민규 2015. 11.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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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제리 로이스터가 롯데 감독이던 시절 그에게 “한국 프로야구에 연봉 100만 달러를 받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웃으면서 “넌센스”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 절반 돈으로도 그보다 나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2009, 2010년 FA 선수의 계약 기간은 모두 1년으로 발표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FA 다년 계약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구단들의 요구 때문이었지만, 어긴 쪽도 구단이었다. 이 기간 FA로 원소속 구단과 계약했던 한 선수의 말을 들어보자. “물론 다년계약이었습니다. 코치 연수 조건도 붙어있었죠. 금액도 알려진 것보다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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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년 계약이 허용된다. 2009년 12월 열린 단장회의에서 KBO 단장 회의에서 2011년 FA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눈가리고 아웅’ 식의 규정이라는 걸 2년 만에 인정했다. 하지만 '눈가리고 아웅'은 여전하다.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선수와 통화를 했다. 그는 타 구단 FA 선수 두 명에 대한 말을 꺼냈다. 그가 알고 있는 두 선수의 계약 조건은 발표된 금액보다 10억원 이상 많았다. 이런 정보는 선수들 사이에서 공유된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2013년까지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연봉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2009시즌의 경우 최고 연봉은 37만5000달러였다. 그러나 일간스포츠가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그해 외국인 최고 연봉은 12억1600만원이었다. 2014년 연봉상한선을 없앴지만 여전히 실제보다 낮은 액수가 발표된다. 올해 외국인 선수에게 파격적인 금액을 지급한 한 구단 때문에 타 구단에서도 외국인 선수 재계약에 애를 먹어야 했다. 외부에는 쉬쉬해도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 실제 연봉은 '오픈 소스'다. FA와 외국인 선수 뿐일까. 한 지방 구단의 경우 감독과 코치 연봉조차 실제 발표액과 다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그런데, 한 구단 프런트는 이런 질문을 했다. “그 숫자는 과연 정확한 것일까요?”

조금 고약한 상상을 해 보자. 프로야구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정해진 승수를 놓고 여러 구단이 나눠먹기를 한다. 한 팀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과잉투자를 한다면 다른 팀은 이득을 누린다. ‘깜깜이’ 상황에서 어떤 정보가 옳은지, 틀린지 확인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이미 돈을 쓴 구단 입장에서야 틀린 정보를 방치하는 게 더 낫다.

구단들은 늘 선수 몸값이 너무 높고, 사실상 1년에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 돈을 쓰는 이도 결국 구단이다. 프로야구에서 ‘구단 전체의 이익’은 잘 실현되지 않는다. KBO리그 구단은 독립된 사업체라기 보다는 모기업에 종속돼 있다. 어떤 구단은 야구 외적인 이유로 과다 투자를 결정하는 때가 있다. 최근의 한화, 올해 구단주가 ‘체질 개선’을 약속한 롯데가 그런 경우다. ‘시장교란자’는 언제든 나오기 마련이다. 야구단의 손익보다 더 중요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선수는 더 나은 플레이를 하는 선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팬 입장에서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구단의 선택이 장기적으로 리그 전체에 손실을 강요하는 상황은 프로야구의 운영 원리와 충돌한다. KBO리그와 같은 미국식 시스템을 따르는 프로스포츠에서는 ‘균형잡힌 경쟁’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샐러리캡 같은 구단 대 선수 갈등을 부르는 극단적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협소한 FA 시장과 낭비적인 외국인 선수 투자가 구단 뿐 아니라 선수의 이익까지 침해하는 경우다. 그리고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런 규제 장치 역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손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FA 및 외국인 선수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구단들이 계약 금액을 축소 발표하는 이유는 결국 과다 비용 지출이라는 비난을 의식해서다. 지출을 결정하는 건 구단의 자유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는 게 순리에 맞다. 구단들이 합의한다면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가능케 하는 장치는 마련 가능하다. 당사자 동의를 받아 허위로 작성하는 계약서가 아닌 국세청 소득신고액을 제출하면 된다. 과거 프로배구에서 검토됐던 방식이기도 하다. 허위 신고에 대해서는 제재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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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릭 벤덴헐크, 올해 앤디 밴 헤켄 등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일본 프로야구에 고액 연봉으로 입단한 선수 사례가 있다. 헤켄의 연봉은 넥센의 제시액(120만 달러)의 두 배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KBO리그는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지금보다 낮은 연봉으로도 KBO리그가 가지는 매력이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외국인 선수 몸값으로 200만 달러, 300만 달러가 거론되는 현실은 기괴할 정도다. 로이스터 전 감독의 말대로 '넌센스'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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