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FOCUS] 중학생도 50대 임원도..온라인 캠퍼스서 "열공"

강봉진 2015. 11. 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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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종필 고려대 교수님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온라인 스터디를 모집합니다. 케이무크에 있는 강의를 함께 들으면서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눌 분들을 모집합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박은정 씨는 지난 8일 블로그에 이 같은 스터디 회원모집 글을 올렸다.

#2. "어려서 말을 더듬었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는 유전적인 요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뇌와 우주, 생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4개 강좌를 신청했고 의문을 많이 해결하고 있습니다. 무료 교육의 장과 참여의 장이 더욱 넓어졌으면 합니다." 개인사업자 천성실 씨(47)

케이무크(K-MOOC)가 한국 교육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성별·학력·연령 불문 수만 명의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27일 현재 4만3875명이 등록했다. 이들 중에는 68세의 시니어 기업 직원도 있고 대안학교 중학교 3학년생도 있다. 장애가 있어서 오프라인 강의를 듣기 어려운 대학생도 있고,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러워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조선소 설계원으로 취직한 만학도도 있다. 20대 32.7%, 30대 21.9%, 40대 20.6%, 50대 11.5% 등 전 연령층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수강 목표도 가지가지다. 기업교육 전문강사는 기존의 서비스교육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서비스 교육법을 배우기 위해 케이무크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무크를 통해 평생의 관심사였던 우주의 기원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케이무크는 현재 10개 대학(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자대·포항공과대·한국과학기술원·한양대)에서 27개 강좌가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내년에 80여 개, 2017년 300개, 2018년 500개 이상으로 강좌 수를 늘릴 예정이다. 현재 참여 대학이 10곳이지만 올해 참여 신청 대학만 48개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 양질의 강좌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비싼 학비를 내야만 들을 수 있었던 명문대 인기 강좌가 공짜로 온 국민에게 풀리는 셈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국내 대학의 명강의를 듣기 위해 온라인 스터디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화여대 주최로 열린 '한국형 무크, 석학과의 만남' 행사에는 150여 명이 참석해 지식의 향연을 함께 나눴다. 케이무크가 현재의 열풍을 이어간다면 교수와 학습자, 학습자 간의 경계를 허물며 지식을 공유하는 한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과정 이수가 바로 학점 인정이 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학사나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케이무크 주관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오프라인 평가와 연계해 각 대학이 일정한 요건을 학칙으로 정할 경우 학점 인정이 가능하다.

권재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기획연구실장은 "미국 애리조나·신시네티·아칸소 등 일부 주립대에서는 무크 과정 이수 시 학사 학위를, 조지아대의 경우 석사 학위를 주는 사례도 있다"며 "케이무크의 경우 평생교육과 고등교육이라는 투트랙으로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무크를 통해 전공 이외 수업을 듣거나 전공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습득해 취업에 성공하는 대학생이 나올 수 있고, 해외에서 한국어 공부를 위해 케이무크의 대학 수업을 듣는 외국인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권재현 실장은 "OCW(대학 강의자료 공개)등 기존 인터넷 강의가 교실 속 풍경을 그대로 온라인 화면에 가져다 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공개적이고 개방적인 무크를 통해 신선한 교육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며 "'케이팝' '케이뷰티'처럼 '케이무크'도 한국의 브랜드로 세계 교육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무크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형 OCW 등도 수강했다는 한 케이무크 수강 대학생은 "케이무크의 경우 심화학습 등 과목의 연속성에 대한 안내가 없고 일부 과목의 경우 요약된 자료가 없는 등 세부상황에 대해 여전히 미진한 모습이 있어 보인다"며 "개론 수업이 많고 대학의 특성에 맞는 과목 선정 등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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