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아주, 논란의 '남부연합 기념공휴일' 이름바꿔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조지아 주에서 '로버트 리 장군 탄생기념일'이라는 이름의 공휴일은 27일(현지시간)을 마지막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지역 일간지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매해 11월 넷째 목요일) 다음날이자 최대 쇼핑의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인 27일은 조지아 주에서 제정한 남부연합군 대표 장수 리 장군의 탄생기념 공휴일이다.
내년에도 이날은 공휴일이 맞지만, 이름은 '주 공휴일'로 바뀐다.
네이선 딜 주지사가 지난 8월 논란의 남부연합 기념 공휴일을 모두 '주 공휴일'이라는 중립적인 명칭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흑인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연합군의 본거지로, 지금도 남부 문화의 중심을 자부하는 조지아 주는 리 장군 탄생기념일과 '남부연합 기념일'(매해 4월 마지막 월요일)을 기렸다.
앨라배마와 아칸소, 플로리다, 미시시피 등 미국 남부 주는 리 장군이 태어난 1월 19일을 공휴일로 기념한다.
이에 반해 조지아 주는 추수감사절에 휴일을 하루 더 붙여 연휴를 주자는 뜻에서 매해 11월 마지막 금요일을 리 장군 탄신 기념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백인 우월주의자 청년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무참히 살해한 총기 참사가 발생한 뒤 남부연합기 퇴출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자 딜 주지사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남부연합 기념일의 명칭을 슬그머니 '주 공휴일'로 바꿨다.
남부연합기가 역사의 유산이냐 차별의 상징이냐는 논란이 현재에도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딜 주지사는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휴일 개명은 우리 주가 다양성을 포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양측이 벌이는 논란의 수위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역사적 유산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나 남부연합군을 공휴일 명칭으로 사용할 필요가 굳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부연합군과 관련된 공휴일을 계속 지켜가되 흑인 인권 단체 등 반대편의 의견을 수용해 명칭에서 이를 제외하는 것으로 외형상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들은 딜 주지사의 정책을 모두 비판했다.
'남부연합군 후손'은 실망스럽고 비겁한 결정이라면서 "치욕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빈센트 포트 주 상원의원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조지아지부 의장인 리처드 로즈는 각각 "세련되지 못한 회피", "마지못해 한 진일보"라는 평가로 불만을 나타냈다. 남부연합과 관련한 기념일 자체가 필요없다는 취지에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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