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방귀 해결하라, 지구를 구하라" 발등에 불 떨어진 과학자들
호주 울런공대 아담 문 교수는 공기가 전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밀봉한 방에 캥거루 10마리를 두고 온종일 관찰했다. 분석 대상은 다름 아닌 방귀. 연구진은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실험 생물학 저널'에 캥거루 방귀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을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캥거루도 다른 동물만큼 방귀를 통해 메탄을 공기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하나이다. 양이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 효과는 20배를 넘는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의 60%는 인간의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표적 경로가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다. 배 속에 있는 장내 세균이 식물의 섬유소를 분해하면 부산물로 메탄이 나와 방귀나 트림을 통해 배출된다. 과학자들은 소 네 마리가 방귀나 트림으로 방출하는 메탄의 온실 효과가 자동차 1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다고 본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가축이 메탄을 7600만~9200만t 방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15%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가축이 메탄을 덜 배출할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캥거루를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캥거루는 소와 달리 식물을 먹고도 메탄을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캥거루의 장내 세균을 소에게 이식하면 방귀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문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캥거루도 소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동물만큼은 방귀로 메탄을 뿜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캥거루는 말과 양이 비슷한 메탄을 뿜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제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메탄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소를 줄이는 것이다. 메탄 방귀 대장은 젖소다. 육우보다 두 배나 많은 메탄을 방출한다. 젖소 한 마리는 양 14마리나 돼지 74마리분의 메탄을 방출한다. 소를 줄일 수 없다면 장내 세균이 메탄을 덜 만들 사료를 개발해야 한다. 메탄을 덜 만드는 장내 세균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각국의 노력에도 온실가스는 갈수록 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9일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농도가 지난해 또다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북반구에서 지난해 봄 잠시 400ppm(1ppm은 100만분의 1 농도) 수준을 넘는 등 지난해 평균 397.7 ppm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메탄 역시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인 1833ppb(1ppb는 10억분의 1 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보다 254% 높은 농도다. 과학자들이 방귀 연구를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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