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선택 하루 앞두고 갈라진 野.. "黨이 세월호 같다"

정우상 기자 2015. 11. 2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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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朴 체제' 놓고.. 親盧·수도권 vs 非盧·호남권 대립] 문희상 "배 침몰하는데 서로 선장하려고 싸워 암담" 박지원 "文체제론 총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게 민심"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부 문제를 놓고 야당의 내부 전선(戰線)이 나뉘고 있다. 찬성파는 주류와 친노(親盧),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의원이다. 반대파는 비주류와 비노(非盧), 호남 대다수 의원이다. 29일로 예정된 안철수 의원의 기자회견이 야당 내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은 27일 양쪽으로 나뉘어 충돌 직전 양상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야당 내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문희상 의원은 "당이 살아야 문·안·박도 있는 것 아니냐"며 "배가 침몰하기 직전 선장이나 하려고 싸우는 현실이 암담하고 부끄럽다. 우리 당이 세월호와 뭐가 다른가"라고 했다. 원혜영 의원은 "화합과 통합은 국민의 지상 명령"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들은 통합을 강조하며 안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에 공동 지도부 제안 수용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표의 '문·안·박' 제안을 비판해왔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공개회의 석상에서의 발언을 거부해버렸다.

문재인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반대파와 비주류 달래기에 나섰다. '문·안·박'이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호남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선 "공동 선대위 등을 통해 호남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오영식 최고위원은 이날 "정치적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야당 관계자들은 "결국 자신이 길을 내줄 테니 새 지도부 구성에 힘을 쏟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오 최고위원의 사퇴로 지난 2월 전당대회로 선출된 야당 지도부는 사실상 와해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를 문 대표가 하려 하는 '문·안·박 체제'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장외(場外)에선 '문·안·박' 연대를 둘러싼 찬반(贊反) 성명전이 벌어졌다. 윤호중·우상호·김기식 의원 등 초·재선 의원 48명은 "안철수 의원의 문·안·박 체제 참여가 혁신안 실현의 길이자 당의 단합으로 가는 길"이라며 찬성 성명을 냈다. 원외 지역위원장 116명 중 80명도 안 의원의 문·안·박 수용을 촉구했다. 3선 이상의 중진 의원 18명도 지난 19일 '문·안·박' 체제를 통한 단결과 단합을 강조했다. 이들 찬성파에는 친노는 물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관망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표+a'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적극 지지층 20%가 돌아선다. 그러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주승용·이윤석·김관영 의원 등 호남권 의원 18명은 '문·안·박'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문 대표는 '당대표를 비판하는 의원들은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며 문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고, 문·안·박 체제에 대해선 "총선 승리를 위한 체제로서는 미흡해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TV조선에 출연해 "문재인 대표가 스스로 결단해야 모두가 사는 길"이라며 "문 대표 체제로는 총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게 민심"이라고 말했다.

호남 전체 의원 27명 중 강기정·신정훈·김성주 의원 등 9명은 사실상의 '반(反)문재인' 성격의 이번 성명에 불참했다. 성명 불참 호남 의원들은 주로 전북권 또는 학생운동 출신 인사가 많았다. 야당 관계자는 "정치의 중심을 호남 등 지역에 두느냐, 진보·개혁 등 이념에 두느냐의 차이도 반영된 결과 같다"고 말했다. 호남과 수도권 중도파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들은 지금까지 야당을 이끌어온 세력의 교체 없이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진 의원은 "호남에서의 반문재인 정서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지도부의 교체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중 일부는 안 의원이 공동 지도부 제안을 수락하거나, 문 대표가 사퇴 안할 경우 탈당을 결심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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