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 격추 러 전투기 행로 사전 인지.. 터키에 정보 넘겼다"

2015. 11. 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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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상공 항공안전 보장' 협약 러와 협약 체결.. 美 책임론 제기

[서울신문]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고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안전협정에 따라 미국이 러시아 전투기의 항로를 알고 있었고 이를 터키에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90분간 이슬람국가(IS) 격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AP, AFP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러시아 전투기의 정확한 비행 위치, 시간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확히 그 시간, 장소에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0월 시리아 상공에 대한 항공안전협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시리아 상공 항공 안전은 미국이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미국에 사전 공지한 러시아 전투기 비행 정보가 격추에 이용됐고 미국이 격추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英, 다음주 ‘IS 공습 승인안’ 의회 표결

푸틴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협조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대한 공습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온건 반군을 제외한 IS 공습에 집중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면서 공습 대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AFP는 올랑드 대통령이 각국 정상과 이어 온 마라톤회담 가운데 러시아에서 가장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 주도 연합군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약속은 받아내지 못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를 잇달아 만났다. 그러나 유럽, 미국, 러시아를 오가는 마라톤회담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영국은 키프로스 공군기지 사용을 제안했고 다음주 의회에서 IS 공습 승인안을 표결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정찰형 전투기 ‘토네이도’와 공중급유기, 위성 정찰기, 구축함을 제공하겠다”고 지원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IS 공습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IS 공습을 돕는다는 원론적인 대화만 오갔고 이탈리아는 지지 의사만 표시했다.

●터키 언론 “러 IS 공습중단 합의”… 러 반박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고를 둘러싼 러시아와 터키 양국 정상은 이날도 설전을 이어 갔다. 푸틴 대통령은 “터키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과는 우리 영공을 침범한 측이 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27일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습을 잠정 중단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보도했으나 러시아 크렘린은 이 같은 보도를 곧바로 일축했다.

한편 국제 군사정보 컨설팅 업체인 IHS제인스는 이날 러시아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에 추가 장비를 장착해야만 비상 채널 수신이 가능해 러시아 조종사들이 터키 공군이 한 무선 경고를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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