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과 식사·말동무.. '소록도 소녀'의 꿈은 의사

전수민 기자 입력 2015. 11. 27. 22:55 수정 2015. 11. 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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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고흥 녹동高 오윤양
2015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오윤양이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이 끝난 뒤 휴대전화로 아버지와 셀프카메라를 찍고 있다. 오윤양 제공

“제 고향 바깥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참 많아요. 제가 필요한 분들을 도우며 사는 삶이 행복할 거란 생각에 의사를 꿈꾸게 됐어요.”

아이의 고향은 특별하다. 전남 고흥군 녹동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오윤(17·여)양은 소록도에서 태어났다. 한센병 환자들이 슬픈 역사를 딛고 모여 사는 작은 섬이 고향이다. 오양의 아버지는 1995년부터 줄곧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꿈은 여기서 함께 자랐다. 오양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를 따라 매일 병원과 마을 곳곳에 놀러 다니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말벗을 해 드리고 함께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세상의 시선과 달리 한번도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를 무섭게 느낀 적이 없다. 한센병 환자는 모두 ‘가족’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꿈도 특별하다. 아버지는 물론 간호사였던 어머니, 의료계 진출을 꿈꾸는 동생과 함께 ‘가족 진료차’를 운영하고 싶어 한다. 오양은 “소록도 한센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내가 의사가 된 뒤에는 소록도에서 일하기 힘들 수 있다”며 “대신 진료차를 몰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는 열정적인 의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양은 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록도 일대를 가이드해주는 교내 영어동아리 ‘ING’를 만들었다. 그는 “소록도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환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많이 했다. 알면 알수록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동아리에 의료봉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두려워했고, 학부모들도 꺼렸다. 어렵게 설득한 끝에 19명이 봉사에 나섰다. 환자들 식사를 돕고, 산책을 하며 말동무가 되어 주는 일이었다.

두려움이 친근함으로 바뀌는 건 금방이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환자들은 어린 시절 오양에게 그랬듯 찾아온 학생들을 손녀처럼 아꼈다.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자 마음은 한층 가까워졌다. 듬뿍 정이 들어 헤어질 때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오양은 27일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15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예쁜 열정과 꿈을 인정받은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오양을 포함해 100명에게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과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청각장애(3급)를 딛고 과학철학 세미나 회장으로 활동하며 해외 봉사활동에도 힘쓴 김초엽(포항공대)씨,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2009년 국제기능올림픽(선반 CNC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은 뒤 일(한화테크윈)과 학업(창원대)을 병행하는 조재우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인재상은 창의와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는 ‘청년일반 부문’을 신설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취업에 성공했거나 어려운 역경을 딛고 창업에 성공한 인재들에게도 시상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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