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새 건물 완공했지만..상인·수협 갈등

박주연 기자 2015. 11. 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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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생적으로 신선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해주고,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해서 좋아했는데, 저렇게 비좁게 만들어놨어요. 어떻게 장사하라고….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최덕인씨(51)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포함해 요즘 노량진수산시장 판매상인들은 모두 ‘단결 투쟁’이라고 쓰인 붉은색 조끼를 입은 채 일한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상인들은 내년 1월까지 시장 바로 옆 새 건물로 이전해야 한다. 수협중앙회는 2007년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지난 10월 새 건물을 완공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하고 여기에 중도매인들까지 가세했다. 서효성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비대총) 공동사무국장은 “현 노량진시장은 한 상인이 1.54평(약 5㎡)을 쓰고 있지만, 가용면적까지 포함하면 3.38평(약 11㎡)을 점유하는 데 반해 새 건물은 옆 통로도 없이 전용면적 1.5평(약 4.9㎡)으로 너무 좁아 수족관 하나 제대로 두기 힘들다”고 비대총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상인 문갈단씨(66)는 “현 시장과 1:1 비율로 수평 이동시켜 준다고 해서 믿었다”며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안전을 이유로 한번도 상인들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수협 주장은 다르다. 수협 관계자는 “상인들이 현재는 통로 공간까지 점유해 넓게 쓰고 있을 뿐, 원칙적으로 본래 가게 공간은 1.5평이므로 1:1 수평 이동이 맞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당초엔 경매장 및 판매자리를 복층(1, 2층)으로 설계해 2배 정도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구상했지만 2009년 판매상인 비대위가 판매자리를 1층에 평면 배치해달라고 요구해 지금의 설계가 나온 것”이라며 “그해 7월 양자가 양해각서도 체결했고, 2012년 11월엔 자체 상우회 안내문을 통해 판매자리 면적도 공지했다”고 덧붙였다.

비대총은 현재 판매상인과 중도매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 및 매장 시뮬레이션을 한 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건물 확장 등 해결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월 새 건물 입주 후 내년 5월 말 철거 예정이었던 현 시장 부지에 무엇이 들어설지는 아직 미정이다. 서효성 사무국장은 “수협중앙회는 얼마 전 문화부가 추진한 신규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사업 공모에 카지노와 호텔 등이 포함된 체험형 복합 리조트 건설을 짓겠다고 나섰다가 탈락했다”며 “돈에 눈이 어두워 88년 역사를 지닌 시장을 반토막 내면서 부동산 임대업에 주력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수협 관계자는 “상인들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철거가 시작되는 내년 5월 전 입주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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