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등골 브레이커? 아웃도어 흥망사

2015. 11. 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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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유행 타고 큰돈 벌게 해준 대박상품들, 하지만 오르막이 끝나면 내리막도 있겠죠.

집에 한두 벌씩 없는 집이 없다는 아웃도어 의류의 흥망사를 오늘 앵커의 눈에서 들여다봅니다.

◀ 앵커 ▶

이 옷 기억하십니까.

'등골 브레이커'

너무 비싸서 한 벌 사 주면 부모님 등골을 휘게 할 정도였다는 바로 그 패딩점퍼들입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이 입다 보니까 교복이란 말도 들었고요, '패딩계급도'라는 것도 등장했었죠.

더 비싼 걸 입어야 계급이 높아지고 50만 원짜리는 돼야 '등골 브레이커'축에 들 수 있다고 해서 학생들끼리 뺏고 뺏기는 일까지 벌어졌던 바로 그 아웃도어 패딩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조재영 기자 설명을 들어보시죠.

◀ 리포트 ▶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케이 세일 데이까지 겹쳐 백화점 패딩 판매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박정강]
"얇은 걸로 사려고요. 좀 두꺼운 게 있으니까 집에… 많이 있으니까…"

아웃도어 패딩은 불황도 없나 싶지만 가격표를 보면 사정이 다른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49만 원짜리였던 점퍼는 딱 반값, 24만 5천 원에 팔립니다.

또 다른 패딩은 원래 가격의 절반도 안 됩니다.

허벅지까지 덮는 방한 점퍼는 19만 6천 원,

원래 가격보다 60% 떨어져 매대에 나왔습니다.

잘 팔려 호황인 게 아니라, 안 팔려 쌓인 물량이 쏟아져나오고 거기에 손님이 몰린 겁니다.

◀ 앵커 ▶

아웃도어 열풍, 그 시작은 1997년, 시장 1위이자, 패딩 붐의 원조격인 미국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국내 상륙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0년대 초반 6천억 원 규모였던 시장은 10년 만에 열 배, 6조 원대까지.

말 그대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보도영상 보시죠.

◀ 리포트 ▶

"이 아웃도어 업체 직원들은 연말 성과급에 특별휴가까지 보장돼 있습니다. 때 이른 추위에 아웃도어만 유독 호황"을 누린 덕분입니다."

"패딩류 의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으로 매출이 대폭 뛰어 실적향상에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새벽부터 수백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 앵커 ▶

저도 다시 보니 기억이 나는데요, 아웃도어 열풍 정말 대단했죠.

그런데 이렇게 불황에도 매년 30퍼센트씩 커지던 시장이 2~3년 전부터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노스페이스를 파는 업계 1위인 영원아웃도어는 올 들어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서 무려 80퍼센트가 줄었고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던 신세계나 휠라코리아, 금강제화 같은 대기업들도 슬며시 손을 떼는 분위기입니다.

이쪽 업계 분석하는 증권사 연구원 얘기를 들어볼까요.

◀ 리포트 ▶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
"무분별한 브랜드 출시에 따른 시장 포화, 경기 불황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 정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당경쟁에 따른 후유증은 향후 2-3년간 필히 겪을 수밖에 없다…"

◀ 앵커 ▶

배현진 앵커, 그렇게 잘 나가던 시장이 꺾이게 된 이유가 뭔가요.

◀ 앵커 ▶

한 마디로 장사가 안 되는 겁니다.

먼저 아웃도어 의류는 비교적 고가인데다가 한 번 사면 3년 정도는 입게 되죠.

나들이 많이 하는 분들은 이미 몇 벌씩 갖고 있기도 하실 겁니다.

사람들이 살 만큼 산 상황인데 이걸 한번 보실까요.

시중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인데요, 낯선 이름들도 있으실 겁니다.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소비자들 눈길을 못 끄는 브랜드도 생겼겠죠.

여기에 날씨도 안 도와줬습니다.

아웃도어는 겨울을 앞둔 10월 11월이 대목인데, 아시다시피 작년도, 올해도 따뜻했습니다.

코너에 몰린 아웃도어 업계,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업계가 노리는 건 새로운 유행입니다.

이어서 박영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노스페이스 패딩이 등장하기 전 1990년대를 주름잡은 브랜드는 노티카, 대세는 바람막이 점퍼였습니다.

등산복 패딩을 여러 벌 장만한 소비자들의 눈에 들어온 건 캐나다산 고급패딩,

곧바로 해외직구 열풍으로 이어졌습니다.

유행을 잡아라, 업계는 일단 골프웨어를 점찍었습니다.

재고가 쌓이는 아웃도어 대신 골프웨어 공급량을 10에서 20%씩 늘렸습니다.

[박지민]
"골프웨어로 입을 수도 있겠지만, 컬러 예쁘고 소재도 좋아서 평소에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소비층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등골 브레이커'처럼 부모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유아용 레저복을 공략하고 나선 겁니다.

[김도영]
"디자인도 예쁘고 엄마 아빠랑 같이 패밀리 룩으로 입을 수 있어서…"

◀ 앵커 ▶

흥하면 몰려가고 망하면 발 빼고 유행을 좇는 건 동네 먹자골목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죠

그런데 진짜 기회는 남들 안 몰려가는 곳에 있지 않을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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