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주방, 새것처럼 바꿨더니.."방 빼라"

선명수 기자 2015. 11. 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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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의 '셀프 인테리어' 빛과 그늘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씨(32·여)는 2년여 전 계약한 전셋집을 처음 둘러본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한숨이 나온다. 지은 지 20년도 더 된 빌라 내부는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욕실과 주방엔 찌든 때가 가득했다. ‘과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전세난에 대출을 받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집이었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짧게는 2년을 살 공간이라 곳곳을 수리했다. 벽지는 물론 낡은 싱크대와 방문에 페인트칠을 했고, 주방 타일도 손수 작업을 해 다시 붙였다. 조명과 문고리, 누런 때가 낀 콘센트까지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인들이 “인테리어 잡지에 보내보라”고 칭찬을 할 정도로 낡은 빌라는 몰라보게 변했다.

수리하기 전 싱크대(왼쪽 사진)와 세입자가 깔끔하게 수리한 싱크대(가운데). 수리를 마친 전체 주방의 모습(오른쪽). ‘김반장의 블로그’ 제공

계약 만료를 앞둔 지난 6월, “전세금 올리지 않을 테니 오래오래 살라”던 집주인은 집을 팔기 위해 내놨다. 공인중개사는 김씨에게 “낡아서 안 팔리던 집인데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예뻐 시세보다 잘 팔았다고 집주인이 좋아하더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돈 들이고 공들여 수리한 집인데,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다”면서 “집 없는 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20·30대 싱글족과 신혼부부 사이에서 적은 돈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이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 직접 고친 집을 소개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줄을 잇고, 시트지·데코타일 등 간편하게 사용하는 인테리어 상품의 인기도 높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어디까지 고쳐야 할지 고민이다. 정성껏 집을 고쳐놓으면 만기 때 집주인이 전세금을 과하게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재주는 세입자가 부리고 이익은 집주인이 본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울 은평구의 박모씨(35·여)는 “인테리어를 할 때는 집주인이 예쁘면 괜찮다고 했는데, 계약 끝날 때가 되니 원상복귀하지 않으면 보증금에서 뺀다고 해 결국 복구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계약 시 집주인과 충분히 협의하고 가급적 서면으로 관련 사항을 남기는 것이 중요다고 강조한다. <전셋집 인테리어>의 저자 김동현씨는 “2년 만에 나가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집 자체는 최소한으로 손을 대고 이사할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에 노력과 비용을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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