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이 선수 뽑는 이상한 구단, 경남

문슬기 2015. 11. 27. 16: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권도 사범이 선수 뽑는 이상한 구단, 경남

(베스트 일레븐)

이번엔 선수 선발 문제다. 이미 비상식적 혁신안, 감독 해임 논란, 유소년팀 계약 일방적 해지 등 갖가지 구설수를 달고 다니는 경남 FC가 이번엔 감독도 선임하지 않은 상태서 축구 비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된 선수선발위원회 안목으로만 신인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경남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함안 공설운동장에서 신인 선수 선발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재 참가 중인 팀은 창원 시청, 창원 문성대, 한국 국제대, 양산 동원과학기술대, 전북 서남대, 경남 테스트 선수 등 총 여섯 개 팀이다. 각 팀은 이틀(일수 기준)에 걸쳐 총 다섯 경기를 벌이며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일단 취지는 나쁘지 않다. 구단은 이 테스트를 통해 경남 출신 선수를 대거 선발하고, 선수들이 지역과 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일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 공개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함으로써 공정성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남은 최근 박치근 경남 FC 대표이사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선수선발위를 구성해 선수 선발에 열의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선수선발위 모양새가 이상하다. 선수선발위는 박 대표이사를 포함해 김상석 경남축구협회 회장, 이석재 경남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이지섭 이사, 이명국 창원 남산고 체육 교사(경남 이사) 등 총 다섯 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그나마 실제 축구인 출신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은 고교 시절까지 선수 생활을 한 이 교사가 전부다.

박 대표이사는 전문 경영인이고, 김 회장과 이지섭 이사는 비선수 출신으로 생활 축구인이며, 이 사무처장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권도를 전파했던 태권도 9단 유단자다. 요약하자면 이번 선수 선발은 축구에 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경남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을 심사하고 뽑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선수 선발을 위해 조직된 단체인데 테스트 참여율까지 저조하다. 첫날인 26일에 얼굴을 보인 선수선발 위원은 박 대표이사, 이 교사, 이 이사, 이 사무처장 등 네 명이었다. 이튿날엔 이 이사까지 빠져 세 명이서 선수 선발에 관여했다. 이에 대해 소속 선수를 데리고 테스트 현장을 찾은 한 축구 감독은 “불참 이유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위원들 모두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테스트 첫날엔 선수선발 위원들의 20~30분 지각으로 본 일정이 늦어졌다. 게다가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에도 문제였다. 일정이 지연됐는데도 한 경기만을 진행하고,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아직 점심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 30분가량을 지체했다. 26일은 올해 처음으로 영하권 기온을 보일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흐름이 끊겨 선수들도 많이 힘들어 했다. 이런 테스트는 또 처음 겪는 일”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박성화 감독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경남은 현재 신임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새 감독 결정을 오는 12월 1일로 계획한 상황에서, 선수선발위는 “새로 감독이 오면 이번 테스트를 통해 뽑은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여 줄 예정이다. 그 이후 감독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수 선발은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 같은 중요한 작업을 지금 경남은 감독과 스카우트 등 전문적 안목을 가진 이가 없는 상태서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진행하는 이들의 태도와 자격 요건 등도 맞질 않는다. 다음 시즌엔 반등하겠다던 경남에 과연 어떤 미래가 있을까 싶다.

글=문슬기 기자(ssorgi4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일레븐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