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은 지금] 천재소년 표절 의혹 밝힌 네티즌 수사대

이선희 2015. 11. 2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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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천재소년 송유근 군(18) 논문 표절로 시끄러웠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지난 25일 "미국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이 지난달 게재한 송군 논문을 표절로 판정하고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선대칭, 비정상 블랙홀 자기권: 재고'란 제목의 논문은 송군이 지도교수 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와 함께 작성해 지난달 5일 저널에 게재했다.

송유근은 여섯 살에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대학 수준의 미적분 문제를 풀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2006년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해 만 8세에 최연소 대학생도 됐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어른도 하지 못한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충격도 크다.

인터넷에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의견이 많았다. 네티즌 '커피라떼'는 "인용 표현만 제대로 했으면 될 일을 이렇게 키운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송유근 군이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위적으로 스타를 만들려는 학계의 경솔함을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송유근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아직 스스로 연구할 능력이 없는데 너무 일찍 학위를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최연소' 타이틀에 집착한 욕심이 부른 참사"라고 했다.

한편 이번 표절 사태 중심에 네티즌 수사대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김물리'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지난 19일부터 디시인사이드 물리학 갤러리에서 각종 근거를 들며 송군의 논문을 비판한 글을 올렸다. 표절이 사실로 밝혀지자 '김물리'가 작성한 글은 하루 만에 조회 2만건을 돌파했다.

네티즌 수사대의 위력은 비단 이번 사례만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사건·사고에서 네티즌 수사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드러낸 '국정원 댓글 사건' 제보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인터넷을 하던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 그는 의혹이 가는 트위터 핵심 계정을 추적했다. 아이디를 구글로 검색해 그 아이디가 올린 다른 게시물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파고들었다. 그 결과 특정 기관이 반복적으로 게시물을 올린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황우석 논문 조작 의혹' '석해균 선장 총알의 진실' 등도 네티즌 수사대가 만든 작품이다.

네티즌 수사대는 미국 과학수사대 CSI의 수사력 못지않다는 뜻에서 'NCSI'라고도 불린다. 이들의 활약을 보면 NCSI라는 이름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네티즌 수사대는 권위에 억눌리기보다 이성과 논리를 중시한다. 합리적이고 논리적 주장이라면 용감하게 밝히고 다른 네티즌의 지지를 기다린다. '황우석 논문 조작 의혹' '석해균 선장 총알의 진실'도 모두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밝혀졌다. 물론 네티즌 수사대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타블로 학력 위조'처럼 마녀사냥, 아니면 말고식 의혹에 그친 경우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우리의 판단력이다. 사이버공간이 이성과 논리로 채워질수록 진실이 빛날 것이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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