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빼닮은 대학 총학선거 포퓰리즘 공약

황순민,김희래 2015. 11.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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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급행 유치·면세점 특별할인 등 '황당'"혹해서 찍어주는 학생이 더 문제" 자성론도
'9호선 급행 유치, 마을버스 교내 진입, 면세점 특별할인 혜택'.

지방선거 공약전쟁을 연상케 하는 각종 구호들이 캠퍼스 한복판을 수놓고 있다.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각종 선심성 구호를 내놓으면서 여의도 '기성정치'와 판박이꼴을 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재학생들 사이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유명 사립대 교내 곳곳에는 지하철 급행 유치 등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공약을 담은 포스터와 현수막이 게시돼 학생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대학 재학생인 최 모씨(27)는 "(공약들이)정말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고 무작정 하겠다고만 하는 게 국회의원 선거를 연상시킨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단일 후보로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나선 경희대 선거본부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교통비·자취비 1억원 신설'을 내세워 재학생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재원 1억원을 마련해 학생 300명에게 교통비와 자취비 지원을 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선거본부는 "대학법인 자회사 수익금 일부를 지원금으로 사용해 재원을 확보하고 수혜 학생 300명 선발 기준을 설문조사 등을 통해 결정하겠다"며 해명에 나서기까지 했다.

연세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 선거본부가 '교통비 장학금 신설, 초과 학기 장학금 지급' 등을 내세우며 경쟁 후보 측이 내건 '야구장 확충, 교내 상업시설 학내 수익 환원' 공약에 맞섰다.

이름부터 생소한 교통비 장학금과 초과 학기에 대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두고 재학생들 사이에서 "장학금이 확대되는 건 좋지만 과도한 선심성 공약 같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성균관대에서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무상 제공 △농장 직거래를 통한 저렴한 계절과일 판매 △헤어드라이기·고대기 대여 등을 내놓은 상태다.

중앙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총학선거 후보자들을 겨냥해 "이행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라"는 게시글은 물론 "저런 공약을 내는 총학에 혹해서 찍어주는 학생이 더 문제"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대학가의 설익은 공약들이 현실화하면 결국 그 비용은 대학 법인이 아닌 재학생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자성론의 근거다.

경희대 재학생 정 모씨(28)는 "학생이 느끼기에 공약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해 모호한 점이 많다"며 "혹여 비용이 마련되더라도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할 염려가 크고 돌고 돌아 학생들 지갑이 더 얇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대학가 선거 공약은 과거에도 수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발되는 선심성 공약과 낮은 공약 이행률이 결과적으로 대학가에 선거에 대한 사회적 냉소와 무관심을 확산시키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염려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총학생회가 내건 일부 공약들은 공약이라기보다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가 빠져 있는 아이디어나 슬로건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라며 "믿고 맡겼다가 실망하는 것이 학습돼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기성정치를 답습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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