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포트] 박찬욱 전화한통이 만든 이정현이라는 반전드라마

김수정 입력 2015. 11. 27. 15:46 수정 2015. 11. 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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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박찬욱 감독의 전화 한통이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안국진 감독)로 19년 만에 트로피를 거머쥔 이정현 얘기다.

지난 26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제36회 청룡영화상이 열렸다. 시상식의 꽃인 여우주연상은 이정현에게 돌아갔다. '차이나타운' 김혜수, '무뢰한' 전도연, '뷰티 인사이드' 한효주, '암살' 전지현을 제친 결과였다.

무대 위에 오른 이정현은 감격에 겨웠는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이정현은 "너무 작은 영화라 상 못 받을 줄 알았다"며 또 한 번 울컥했다. 게다가 데뷔작 '꽃잎'(장선우 감독) 이후 19년 만에 찾은 청룡영화상에서 받은 트로피니 그 감동은 더욱 컸을 것이다.

제작비 3억 원이 투입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국 관객 4만30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열악한 상영 조건 탓에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평단과 관객의 호평은 뜨거웠다. 자신의 손재주를 남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정현은 대체 불가한 광기의 연기를 펼쳤다. 티 없이 맑은 아이처럼 순수하다가도 일순간 눈빛으로 독기를 뿜어냈다. '꽃잎'을 능가하는 열연이었다.

사실 이정현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한차례 고사했다. 시나리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신인 감독 작품인 게 마음에 걸렸다. 그때 박찬욱 감독의 추천으로 이 작품에 뛰어들게 됐다. 노개런티에 스태프 밥값까지 사비로 챙겨가며 말이다.

'꽃잎'으로 강렬한 데뷔식을 치른 이정현은 한동안 배우로서 슬럼프에 빠졌다. 센 이미지 탓에 공포영화 시나리오만 줄기차게 들어왔다. 견고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를 수차례. 박찬욱 감독의 전화 한 통이 이정현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던 이정현에게 전화를 걸어 스마트폰 영화 '파란만장'(10) 출연을 제안했다. 박찬욱은 이정현에게 좋은 배우인데 왜 연기를 안 하냐고 다독였다. 

'파란만장'으로 오랜 연기 갈증을 해갈한 이정현은 이후 '범죄소년'(강이관 감독)으로 다시금 배우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파란만장'을 인상 깊게 본 김한민 감독의 러브콜로 '명량'에도 출연할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시나리오를 읽고 직접 안국진 감독에게 전화해 한 번 만나자고 제안했다. 저예산 영화, 입봉작인 탓에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도 두 팔 걷고 나서 이정현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캐스팅하기도 했다. 점차 획일화돼 가는 충무로에 대한 감독으로서의 안타까운 마음과 재능 있는 후배 감독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었을 테다.

이정현은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받은 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다양성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디 이정현의 이 바람이 공허하게 흩어지지 않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및 SBS 청룡영화상 캡처, 영화 '꽃잎',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파란만장'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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