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졸업시험'이 뭐길래..금배지까지 개입했을까

송민경 기자(변호사) 2015. 11. 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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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게 채점해 점수로 줄 세워, 여러 번 탈락하면 제적

[머니투데이 송민경 기자(변호사)] [엄격하게 채점해 점수로 줄 세워, 여러 번 탈락하면 제적]

신기남 의원/사진=뉴스1

신기남(63·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아들을 위해 학교를 찾아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신 의원의 아들은 최근 다니던 A로스쿨 졸업시험에서 커트라인 이하의 점수로 낙제 판정을 받았다. 로스쿨 졸업시험에 탈락해 내년 변호사 시험에 응시를 못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신 의원은 이에 A로스쿨 원장을 찾아가 "아들을 구제해주면 법무부에 얘기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80%까지 올려주겠다"며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 현직 국회의원, '로스쿨 졸업시험'에 개입… 왜? 로스쿨은 3학년이 되면 졸업사정 절차를 밟는데 보통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졸업시험을 치른다. 졸업시험에 통과한 뒤 이듬해 1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변호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졸업시험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새로 문제를 출제해 시험을 보거나 변호사 시험 모의고사 점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졸업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졸업사정으로 매년 학교마다 각 정원의 5~20% 정도가 탈락한다. 신 의원의 아들이 다닌 A로스쿨은 졸업시험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통상 정원대비 10%선에서 학생들을 탈락시켰는데 이번에는 그 비율이 약간 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시험에 떨어지면 시험을 다시 봐야한다. 시간적으로도 낭비지만 해마나 변호사 시험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남자인 경우 군대 문제도 걸린다. 그래서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시험 통과를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학교 내부 경쟁이 변호사 시험보다도 더 어렵다고 여긴다.

◇ 졸업시험 탈락땐 이의신청…받아들여지는 사례 드물어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학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은 △논술문제 채점이 제대로 됐는지 △객관식 채점이 잘 됐는지 △합격선 판단기준이 너무 높지 않은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탈락자를 합격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로스쿨 관계자의 설명이다. A로스쿨도 채점한 답안지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탈락한 학생을 합격시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졸업시험에 탈락자에 대한 재시험 기회도 제한이 있다. 해당 학교의 재학연한 내에 졸업을 해야 한다. 그 기간내에 졸업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제적 처리된다. 로스쿨 시행초기라 실제 제적된 학생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A로스쿨은 이번 졸업사정으로 두 명의 학생이 제적됐다.

그렇다면 로스쿨 졸업시험은 얼마나 어려울까. 학교마다 직접 출제하는 시험은 단순비교할 수 없다. 다만 한 해 3번의 변호사시험 모의고사를 통해 졸업시험을 대체하는 경우 상당히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해당 로스쿨 교수들이 채점하기 때문에 점수 면에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시험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 금배지 1명이 변시합격률 80%까지 올린다고?…"사실상 불가능" 어떻게 하면 졸업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로스쿨은 절대적인 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합격 여부를 가린다고 밝힌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점수가 졸업시험 전에 공개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몇 점을 받아야 시험에 통과되는지 모르고 시험을 보는 셈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하위 일정 학생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점수보다는 사실상 등수 싸움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논술형시험 채점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합격 점수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 가운데 비중이 큰 논술형시험 점수가 사실상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측은 두 명 이상의 교수가 채점해 평균을 내는 등 최대한 객관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신 의원이 언급한 '변호사 시험 합격률 80%'도 논란이다. 최근 치러진 4회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60%대다. 매년 변호사 시험의 합격자와 합격율은 법무부에서 주관하는 합격자 사정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위원과 교수, 법원, 검찰 측 인사들이 참여한다. 다시 말해 합격률을 끌어올린다는 것도 국회의원 1명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송민경 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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